한참을 말 없이 걷던 빅스비은 조용히 말했다.
“내가 어떤 말을 하던 그것은 진실임을 주께 맹세하겠네”
“법정에 온 것 같구만”
자신의 진지한 말에 농담으로 받는 엘지스를 째려보며 빅스비는 말을 이었다.
“존 올드맨은 내가 맞네.”
‘역시’ - 엘지스가 평생에 걸쳐 느껴온 이질감은 역시나 이유 있는 이질감 이었다. 평생에 걸쳐 그 이질감을 스스로가 느끼는 열등감과 자괴감으로 치부해왔던 그였기에 빅스비의 이 한마디는 평생에 걸쳐 고통받은 자신에 대한 보상과도 같았다.
“하지만 자네는…...”
“맞네. 존과 달리 난 늙지. 늙고 병들 것이고 결국에는 죽고 말겠지”
빅스비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엘지스를 바라보았다.
“나는 존 처럼 시간을 거스르는 세포는 없어. 다만 그와는 존재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야.”
“존재하는 방법?”
추상적인 단어가 나오자 엘지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니까 자네는 존 처럼 유사이래 모든 시간에 존재 했지만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말인가?…..자네가 존재하는 방법은 어떻게 다른데?”
“나는 병들고 죽지만 곧 다시 태어난다네”
“예수처럼?”
“푸하하하 아니라네. 상상력이 지나치군. 처음부터 설명해주지”
“추상적인 설명은 빼주게나 친구”
빅스비는 다시 걸음을 멈추고 친구의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자네는 환생을 믿나?”
“제롬 빅스비의 존재하는 방법은 환생이었군. 물론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환생하겠지?”
엘지스는 드디어 알아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빅스비의 말을 유추해내기까지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상황이지만 평생에 걸쳐 지켜본 제롬 빅스비라는 사람의 모습과 그가 써낸 원고를 볼때 충분히 개연성 있는 이야기였다. 수많은 생각이 엘지스의 머리 속에 휘몰아쳤다. 엘지스는 팔짱을 끼고 턱을 부여잡은채 길을 앞서 가기 시작했다. 머리가 복잡할때 또는 생각할때 나오는 엘지스의 습관이었다. 빅스비는 그런 엘지스를 위해서 가만히 백발이 성성해진 친구의 뒤를 조용히 따랐다. 그의 생각이 정리되기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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