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끝없이 펼쳐진 산맥에 또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이 오던 처음에는 멋진 풍경이었으나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야 할 시간은 분명 지났지만 눈이 그치지 않았다. 눈이 그치질 않으니 풀도 자라지 못했다. 우리는 사냥할 동물들을 쫓아서 이동해야만 했고 모두 지쳐갔다. 조상들과 함께 지내던 곳에서 떠나 해가 새로이 뜰때마다 모두를 이끌고 이동하는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약한 노인들이 먼저 곁을 떠나갔고 우리는 그들의 몸을 양식 삼아 이동했다. 사냥할만한 동물들의 모습은 점점 작아져갔고 갈수록 그 마저도 보기 힘들었다. 50여명 남짓하던 인원이 20명 가까이 줄어들자 무리의 수장인 노파는 자신의 거처로 남은 사람들을 불러 들였다.
“다 모였나?.... 이정도 밖에 안남았다니…….”
노파는 거처에 모인 인원이 너무 적다는것에 깊이 절망했다. 부락의 지도자였던 자신의 어머니가 남긴 유언을 지키기는 힘들것 같았다. 부락민들을 꼭 살려서 따뜻한 곳에 데려가라고 말했었지만 지금 이대로는 모두 얼어죽고 말 것이다. 노인들은 모두 뒤쳐져 죽었고 이제는 무리의 중심인 젊은 여자들마저 죽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부락에 있어 생존이라는 희망은 없었다. 노파는 힘겹게 입을 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 같은 속도로 이동하다가는 모두 죽고 말것이야”
노파의 절망적인 말에 부락의 구성원 모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모두들 잃었다. 노인도 아이도 모두를 잃어가고 있었다. 부락 모두를 잃어가며 가는 여정의 끝에는 끝없이 뻗어있는 강이 나와야 했다. 하지만 여정이 시작된 이래로 끝없이 뻗어있는 강은 보지도 못했다. 그 강은 절대 얼지 않으며 그 주변은 따뜻하고 사냥감이 많다고 어머니께 전해들었다. 이제 노파는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우리는 이제 무리를 나누어서 이동할걸세”
노파의 말에 부락민들은 서로 쳐다보면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노파는 그런 부락민들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노인들과 부상자들을 버리고 멀쩡한 이들만 가게”
모두를 위해 평생을 살아 온 노파의 선언은 남은 부락민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마마. 그럴수는 없습니다.”
다음 세대 지도자인 젊은 여성이 노파의 말에 튕겨지듯 일어나며 앞으로 나섰다.
“마마와 남은 어르신들을 버린다면 속도는 빨라지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정말 있는지도 모르는 그 강에 도착했을때 우리가 다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르신들이 필요합니다.”
노파는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읊조렸다.
“내 딸 일라이야. 강이 머지 않았다. 우리는 새를 보았어. 우리를 버린다면, 너희들 끼리라도 빠르게 움직인다면 갈 수 있다. 끝없이 뻗는 강으로 가서 살거라. 살아남아서 우리를 데리러 오거라.”
“하지만….”
노파는 눈을 깊게 감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우리가 아닌 아이들을 생각해야한다. 일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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