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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우….. 푸후우…..
코까지 골며 일주일치 잠을 몰아자는 제롬 옆에서 한 사내가 돋보기 안경을 끼고 몇시간째 종이 뭉치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그락 거리며 넘어가는 종이의 소리가 제롬의 코골이와 어쩐지 박자가 맞아들어가며 지나길 몇 시간째. 이윽고 엘지스는 돋보기 안경을 벗어내며 쇼파에 등을 기대며 몸을 뉘였다.
엘지는 조용히 그리고 또 가만히 옆에서 코를 고는 이 영감탱이의 재능에 또 한번 감탄할 뿐이다. 벌써 일흔의 노인이다. 미국이 일본과 전쟁중일때부터 극작가 였고 자신을 살리에르로 만들어버린 이 영감탱이는 다시 미국이 베트남과 재수교하는날에 기필코 자신의 역작을 완성시키고야 말았다.
엘지스 역시 일생을 극작가로 살았고 SF 장르에 있어서 미국내에서는 빠질수 없고 빠져서도 안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제롬 빅스비. 이 사내 앞에서는 스스로 조차 작아지는 느낌을 평생 안고 살았다. 게다가 방금 읽은 이 원고는 평생의 그 느낌을 다시금 그에게 확인시켜주는 도장같은 역할을 했다. 빅스비가 평생에 걸쳐 구상했다고 하는 이 이야기는 실로 대단했다. 아니 어마어마했다. 일주일동안 쓴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치밀했고 완벽했다. 1만 4천년간 죽지 않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와 종교와 역사에 관한 고찰은 다른 누구도 빅스비 만큼 이렇게 맛깔나게 담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이 종이뭉치가 대단한 만큼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에 빠진 엘지스는 빅스비가 깨지 않게 조용히 움직여서 쇼파에 기댄채 빅스비를 바라 보았다.
빅스비가 일어나면 물어볼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탁자위의 스크램블 애그와 토스트. 그리고 두명의 노인은 그렇게 밤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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