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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온 남자] - 1

백만번의습작

by 에이구몬 2019. 3. 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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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용한 집 안에서 한 남자가 여기저기 집안의 닫힌 방문을 열어보고 다닌다.

끼익 끼익 쿵쿵쿵

“빅스비!! 도대체 어디 들어가 있는거야”

1층에서 빅스비란 존재를 찾지 못한 남자는 2층 서재 문을 열고나서야 발을 멈춘다.

“빅스비…. 제발 집에 있으면 대답 좀 해줘”

사내의 간곡어린 말에 빅스비란 남자는 한참을 뜸을 들이고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대꾸해준다.

“미안해 엘지스, 지금 막 탈고했거든 ”

탈고라는 말에 엘지스는 눈이 커진다.

“뭐? 저번에 말했던 그 이야기를 벌써 탈고 했다고?”

빅스비가 몇주 전 들려준 차기작의 개요를 빅스비는 인상깊게 들었던 터라 그 방대한 양의 이야기를 벌써 완성했다는 말에 엘지스는 혀를 내둘렀다. 한번 어떤 일에 집중해서 빠져들면 잠도 안자고 먹지도 않고 일에만 매달리는 빅스비의 성격을 알기때문에 엘지스는 걱정부터 앞섰다.

“빅스비, 그럼 지금 몇 시간째 안자고 일하고 있는거야?”

엘지스의 걱정 어린 말투에 빅스비는 드디어 모니터에서 천천히 눈을 떼며 말했다.

“한 100시간 정도 되려나… 3일째 부터는 감각이 별로 없네….읏!!!! 으...하암…. ”

초점없는 눈으로 스트레칭을 하자마자 나무늘보 마냥 늘어져 버리는 빅스비를 보면서 엘지스는 '역시는 역시'라는 표정으로 한숨을 쉰다. 일주일 가까이 안잤으니 끼니는 적어도 이틀전부터 굶었을게 뻔하다. 엘지스는 바로 주방으로 간다. 벌써 50년 가까이 친구로 지냈으니 그의 습관을 샅샅이 알고 있는 그는 빅스비를 위해 간단한 밥을 준비할 생각이었다.

“간단하게 토스트라도 해줄테니까 잠깐 눈이라도 붙여. 그러다 정말 죽는다고. 나이 생각해야지. 영감탱이야.”

엘지스의 퉁명스런 말에 머리가 하얗게 센 고령의 노인은 쇼파에 누우며 중얼 거렸다.

“고마워 친구. 자네가 있어서 다행이구만. 나이 걱정은 하지 마시게. 이번 작품이 마지막이니까…... ”

빅스비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엘지스는 계란을 무심히 툭툭깨며 여전히 잔소리를 툭툭 뱉어냈다.

치-익 치-익

“지금 나이가 일흔인데 일주일 내내 잠도 안자고 말이야 ….”

잔소리를 들을 나이는 한참 지난 일흔의 노인은 쇼파 위에서 미소를 지으며 죽은 듯이 잠들어 갔다.


-위대한 작가 맨프럼어스의 제롬 빅스비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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