廉義篇
염의편에서도 역시 실례를 들어, 옛사람들의 염치(廉恥)와 의리(義理)를 보여준다. 현대에는 염치와 의리를 지키다간 오히려 자신만 손해를 본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러한 손해쯤은 결국 언젠가는 만회될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항상 떳떳한 자신이 되도록 노력하는 삶이 손해본 인생이라고 여기는 사람과 장차 무엇을 더불어 논하리오?
印觀賣綿於市, 有暑調者以穀買之而還, 有鳶攫其綿, 墮印觀家, 印觀, 取歸于署調曰鳶墮汝綿於吾家, 故, 還汝, 署調曰鳶攫綿與汝, 天也, 吾何爲受, 印觀曰然則還汝穀, 署調曰吾與汝者市二日, 穀已屬汝矣。 二人相讓, 幷棄於市而歸, 掌市官以聞王, 竝賜爵。
인관이 시장에서 솜을 파는데 서조(署調)라는 사람이 곡식으로 그것을 사가지고 돌아 가는데 어느 소리개가 그 솜을 채 가지고 인관의 집에 떨어 뜨렸다. 인관이 주어다가 서조에게 돌려 보내고 말하기를, “소리개가 당신의 솜을 내 집에 떨어뜨렸으니 고로, 딩신에게 돌려줍니다.”하니, 서조가 말하기를, “소리개가 솜을 움켜 채다가 당신에게 준 것은 하늘이 한 것입니다. 내가 어찌 받을 수 있겠소?”하였다. 인관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당신의 곡식을 돌려주겠소.”하니, 서조가 말하기를, “내가 당신에게 준 것이 벌써 시장이 선지 이틀이 되었으니 곡식은 이미 당신에게 속한 것이요”했다. 두 사람이 서로 사양하다가 솜과 곡식을 시장에다 같이 버리고 돌아와 버렸다. 시장을 관장하는 관원이 이로써(以) 임금께 아뢰어서 나란히 벼슬을 주었다.
(字義) ○印觀과 署調는 신라 때의 사람. ○綿은 솜 면. ○攫은 움켜쥘 확. ○墜는 떨어질 추. ○何爲는 무엇을 위하여? 무엇 때문에? 왜? 등등의 뜻으로 관용적으로 쓰인다. ○屬은 속할 속. ~에 속하다는 뜻이다. ○掌은 ①손바닥 장. ②맡을 장. 팀의 主掌(주장), 管掌(관장). ○竝은 나란히 병. ○爵은 벼슬 작.
洪基燮, 少貧甚無料。 一日早, 婢兒踊躍獻七兩錢曰此在鼎中, 米可數石, 柴可數駄, 天賜天賜。 公驚曰是何金。 卽書失金人推去等字, 付之門楣而待。 俄而姓劉者, 來問書意, 公悉言之。 劉曰理無失金於人之鼎內, 果天賜也, 盍取之。 公曰非吾物, 何。 劉俯伏曰小的, 昨夜, 爲竊鼎來, 還燐家勢蕭條而施之, 今感公之廉价, 良心自發, 誓不更盜, 願欲常侍, 勿慮取之。 公卽還金曰, 汝之爲良則善矣, 金不可取, 終不受。 後, 公爲判書, 其子在龍爲憲宗國舅, 劉亦見信, 身家大昌。
홍기섭이 젊었을 때 가난함이 심하여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지경이더니 어느날 아침에 계집종 아이가 펄쩍 뛰며 와서는 돈 일곱 냥을 바치며 말하기를, “이것이 솥 속에 있었습니다. 이만하면 쌀이 몇 섬이요, 나무가 몇 바리는 될 만합니다. 참으로 하느님이 주신 것입니다. 하느님이 주신 것이죠”하였다. 공이 놀래서 말하기를, “이것이 무슨 돈인가?”하고, “失金人 推去”(돈 잃은 사람은 찾아 가라)는 등등의 글자를 곧장 바로 써서 그것을 대문 위 가로댄 나무짝에 붙이고 기다리니, 얼마 안되어 성(姓)이 유(劉)인 자가 찾아와 글의 뜻을 물었다. 공이 그것을 다 말해 주니, 유(劉)가 말하기를, “남의 솥 속에다 돈을 잃을 사람이 있을 리가 없읍니다. 과연 하늘이 주신 것인데 어찌 그것을 취하지 않으시는 것입니까?”하니, 공이 말하기를, “나의 물건이 아닌데 어찌 가질 것이요.”하자, 유(劉가) 몸을 구부려 엎드리며 말했다. “소인이 어젯밤 솥을 훔치러 왔다가 도리어 가세가 너무 쓸쓸한 것을 불쌍히 여겨 이것을 놓고 돌아 갔더니 지금 공의 청렴하고 착함에 감복하여 양심이 스스로 일어나니, 다시는 도둑질을 아니할 것을 맹세하옵고, 늘 옆에서 모시기를 원하오니 그 돈을 취하기를 염려하지 마시기 바랍니다.”하였다. 공이 곧장 돈을 돌려주며 말하기를, “당신이 선량하게 된 것은 참 좋으나 이 돈은 취할 수 없소.”하고 끝끝내 받지 않았다. 뒤에 공은 판서가 되고 그의 아들 재룡이 헌종의 장인이 되었으며, 유(劉)도 또한 신임을 얻어서 몸과 집안이 크게 번창하였다.
(字義) ○少는 어릴 소. ○料는 헤아릴 료. ○婢는 계집종 비. ○踊는 뛸 용. ○躍은 뛸 약. ○鼎은 (다리가 셋인) 솥 정. ○柴는 땔나무 시. ○駄는 짐실을 태. 바리 태. “바리”는 말이나 소에 잔뜩 실은 한 나무짐을 말한다. ○卽(즉)은 바로, 곧장, 즉시의 뜻. 則과는 다른 글자임. ○書는 술어로는 “쓰다,” 명사로는 “글. 책”의 뜻이다. ○推去는 찾아가라는 뜻의 한 단어이다. ○付는 붙일 부. ○楣는 문미(門楣) 미. “문미”는 문위에 가로댄 나무를 뜻한다. ○悉은 모두 실. 다 실. ○盍는 어찌아니할 합. ○俯는 구부릴 부. ○竊은 훔칠 절. 竊盜(절도). ○還은 부사로 “도리어”의 뜻. ○憐은 불쌍히여길 련. ○蕭는 쓸쓸할 소. ○蕭條는 한 단어로 “분위기가 매우 호젓하고 쓸쓸하다”는 뜻이다. ○廉은 청렴할 렴. ○价는 착할 개. ○誓는 맹서할 서. ○舅는 외삼촌 구. ○國舅는 한 단어로 임금의 장인을 뜻하는 말이다. ○見信: 신임을 얻다. “見+술어”는 피동형으로 쓰인다. “見死”하면 “죽다”의 뜻이 된다.
高句麗平原王之女, 幼時好啼。 王戱曰以汝將歸于溫達。 及長, 欲下嫁于上部高氏, 女以王不可食言, 固辭, 終爲溫達之妻。 蓋溫達家貧, 行乞養母, 時人目爲愚溫達也。 一日, 溫達自山中, 負楡皮而來。 王女訪見曰吾乃子之匹也。 乃賣首飾而買田宅器物, 頗富, 多養馬以資溫達, 終爲顯榮。
고구려 평원왕의 딸이 어렸을 때 울기를 좋아하더니 왕이 희롱하여 말하기를, “너를 장차 온달에게 시집보내리라”하였다. 자라서 상부 고씨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하니 딸이 임금으로서 식언(食言)할 수없다 하고 굳이 사양하고 마침내 온달의 아내가 되었다. 아마도 온달은 집이 가난하여 빌어다가 어머니를 봉양하였으니 그때 사람들이 그를 지목하여 바보 온달이라고 여겼다. 하루는 온달이 산중으로부터 느티나무 껍질을 짊어지고 돌아오니 임금의 딸이 찾아와 보고 말하기를, “나는 바로 그대의 배필입니다”하고, 머리 장식 등을 팔아 밭과 집과 살림 그릇들을 사서 자못 부유해지고 말을 많이 길러 온달을 도와 마침내 이름이 드러나고 영광스럽게 되었다.
(字義) ○啼는 울 제. ○戱는 희롱할 희. ○將은 장차 장. ○歸는 시집갈 귀. ○嫁는 시집갈 가. ○食言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뜻의 한 단어로 현대에도 자주 쓰임. ○固辭도 현대에 자주 쓰이는 말로 “굳이 사양한다”는 뜻이다. 固는 부사로 “진실로 고, 본래 고” ○辭는 사양할 사. ○終은 부사로 끝내, 결국, 마침내. ○蓋는 여러 가지 용법이 있는데 우선, 말을 시작할 때, 문두에 붙어서 “대개, 일반적으로”의 뜻이 있고, 때로는 추측의 뜻도 있다. “아마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물론 현대에는 “덮을 개”로 주로 쓰인다. 蓋然性(개연성). ○目爲~: “지목하여 ~로 여기다.” 여기서 目은 술어로 “지목할 목”의 뜻이고, 爲는 “~로 여기다. ~로 삼다. ~로 생각하다.”의 뜻이다. 이와 같이 술어 뒤어 爲를 붙여 쓰는 예가 많다. ○楡는 느티나무 유. ○飾은 꾸밀 식. ○頗는 부사로, 자못 파. ○資는 도울 자. 현대에는 주로 “재물 자”로 쓰인다.
廉義篇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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