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사] - [돌궐제국의 성장과 분열]

[돌궐제국의 성장과 분열]

552년 투멘의 공격을 받은 유연의 아나괴 카간이 자살하면서 투멘은 돌궐을 건국한다. 몽골 초원의 새로운 패자로 나타난 돌궐은 발음상으로는 튀르크로 불리우는 종족이었다. 앞서 유연의 유력 계층은 몽골어를 쓰는 계통이었지만 이들이 나타나면서 몽골 초원은 투르크계열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초원을 차지하게 되었다. 돌궐제국의 건국자는 중국측 기록에는 토문(土門)으로 기록되는데 이는 투르크 어에서 10,000을 뜻하는 투멘[tumen]을 옮겨 기록한 말이다. 아마도 만호장을 뜻하는 말이었을것으로 추측된다.

▲돌궐 카간의 금관 - 몽골과 터키 양국의 고고학자들이 2001~3년 카라코룸 인근의 유적지 호쇼차이담에서 발견한 금관

토문이 즉위한뒤 자신을 일릭카간이라고 칭했다. 투르크어에서 일[il]은 나라(國)를 의미하고 일릭카간은 나라를 세운 왕이라는 뜻을 가진다. 일릭카간의 건국이래 제국은 확고히 유지되었고 3대 카간인 무한 카간 치세에는 완전히 기반이 닦였다. 제국의 영역이 동쪽의 싱안링 산맥에서 서쪽의 카스피해에 이르는 거대한 영토를 가지게 되었다. 과거 흉노와 유연이 서쪽 파미르 고원을 넘지 않아 카스피해에 도달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돌궐의 영역은 서쪽으로 더욱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북중국은 북제와 북주가 서로 경쟁하고 대립하며 돌궐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려 했는데 이러한 호재를 두고 돌궐은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돌궐의 건국 집단은 본디 투르판 부근에서 거주하였는데 유연을 격파하며 근거지를 몽골 서부의 외튀켄 산지로 옮겼다. 이곳은 오늘날의 항가이 지방인데 이곳에서 카간은 관대한 제국을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서는 나라를 분할하여 통치했다. 무한 카간은 제국을 셋으로 나누어서 자신은 외튀켄에 자리를 잡고 동방과 서방은 분할하여 일족에게 통치를 맡겼다.

이러한 분할 통치 체제는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는 좋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중앙권력의 약화와 분권화 현상을 초래하여 분열을 일으킨다. 돌궐도 이러한 사항에 예외가 아니여서 582년 이쉬바라 카간과 다른 소카간들 사이에 벌어진 내전으로 인해 돌궐제국은 동서로 분열한다. 흉노가 그러했듯 동돌궐의 이쉬라바 카간은 궁지에 몰리자 고비사막 남쪽으로 내려가 당시 북중국을 통일한 수나라에 신하를 칭하며 지원을 요청하고 587년 이쉬바라의 동생이자 후계자인 야브구 카간은 세력을 회복하여 초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야구브 카간도 서돌궐을 이기지 못하고 전투중에 전사하고 만다. 야구브 카간의 아들인 계민 카간대에 가서야 서돌궐의 타르두 카간을 몰아내고 603년 외퇴겐을 차지한다.

이러한 정치적 혼란과 지배집단 내부의 갈등은 돌궐제국의 성장하는데 있어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