治政篇
치정편에서는 정사(政事)를 다스리는 관리들에게 교훈이 될만한 문귀들이 실려 있다. 요즘처럼 부정부패, 복지부동 등으로 오명을 날리고 있는 공무원 사회에 귀감이 될만한 편(篇)이다. 그중에서 세 번째 글귀의 淸(청렴), 愼(근신), 勤(근면)은 적어도 공복(公僕)으로서, 공무원들이 지녀야할 윤리가 아니겠는가?
明道先生曰, 一命之士, 苟存心於愛物, 於人必有所濟。
명도 선생이 말씀하셨다. 처음 벼슬하는 선비라도 진실로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닌다면 사람들에게 반드시 도움을 주는 바가 있으리라.
(字義) ○명도 선생은 북송(北宋)의 유학자. 성(姓)은 정(程), 이름은 호(顥)이다. 그 동생은 이름이 이(頤)이고, 호는 伊川(이천) 先生으로, 흔히 그 두 형제를 정자(程子)라고 일컫는다. ○一命之士; 처음 벼슬하는 선비로 요즘의 말단 직원과 같다. ○苟는 진실로 구. “진실로 ~하면”의 뜻으로 가정으로 해석한다. ○存은 타동사로 “(심성, 마음, 품성 등등) ~을 지니다”의 뜻. ○物은 나 이외의 사물, 또는 다른 사람을 뜻한다. 남이란 뜻에서 人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濟는 ①건널 제. ②구제할 제.
唐太宗御製云, 上有麾之, 中有乘之, 下有附之, 幣帛衣之, 倉廩食之, 爾俸爾祿, 民膏民脂, 下民易虐, 上蒼難欺。
당나라 태종의 어제에 이르기를, 위에서는 지휘하고, 중간에서는 이를 이어 다스리고, 아래에서는 이에 부합할지니라. 백성이 바친 폐백으로는 옷을 해 입고, 백성이 바친 곳간의 쌀로는 음식을 먹으니, 너의 봉록(俸祿)은 모두 다 백성의 기름과 살쩜이도다. 백성을 학대하기는 쉬우나, 저 위 푸른 하늘을 속이기는 어려운 법이로다.
(字義) ○당 태종은 당나라의 두 번째 임금이다. ○御製는 임금이 지은 글을 뜻한다. 御가 붙는 말은 임금을 가리키고, 製는 지을 제. ○麾는 휘두를 휘. 麾之에서 之는 어조사(語氣助詞)이다. 아래의 乘之, 附之, 衣之, 食之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乘은 탈 승. ○附는 더할 부. 의지할 부. ○幣는 폐백 폐. ○帛은 면 백. ○衣는 술어로 “~을 입다”의 뜻. ○倉은 곳간 창. ○廩은 곳간 름. ○爾는 너 이. 이 문장에서는 바로 당 태종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俸祿(봉록)은 녹봉(祿俸), 즉 지금의 월급, 봉급에 해당하는 말이다. ○膏는 기름 고. ○脂는 비계 지. ○下民: 아랫 백성을 뜻하는 한 단어이다. ○易+술어: ~하기 쉽다. ○難+술어:~하기 어렵다. ○蒼은 푸를 창. ○上蒼은 바로 하늘을 비유한 말이다.
童蒙訓曰, 當官之法, 唯有三事, 曰淸曰愼曰勤, 知此三者, 知所以持身矣。
동몽훈에 이르기를, 관직에 임해야 하는 법에는 오직 세가지 일이 있으니, 청렴이라 할 것이요, 신중이라 할 것이요, 근면이라 할 것이다. 이 세가지 것을 알면 몸을 지니는 방도를 안다 할 것이다.
(字義) ○當은 당할 당. “(상황, 처지, 때 등등에) 당하다”의 뜻이다. 부사로는 “마땅히”의 뜻도 있다. ○淸은 맑을 청. 깨끗할 청. 흔히 청렴하다는 뜻으로 자주 쓰인다. ○三者의 者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고, “것 자”이다. 즉, “세가지 것”이란 뜻이다. ○“所以+술어”는 한 단어처럼 여겨 “까닭” 또는 “방법”의 뜻으로 해석한다.
當官者, 必以暴怒爲戒, 事有不可, 當詳處之, 必無不中, 若先暴怒, 只能自害, 豈能害人。
관직에 임한 자는 반드시 사납게 성내는 것을 경계로 삼아야 한다. 일에 불가(不可)한 것이 있거든 마땅히 상세히 처리하면 반드시 들어 맞지 않는 것이 없으리라. 만약 먼저 사납게 성을 내면 다만 스스로를 해칠 뿐이지 어찌 남을 해치겠는가?
(字義) ○當官者의 當은 술어로 당할 당. 當詳處之에서 當은 부사로 마땅히 당. 참고로 전자는 當다음에 명사가 왔으므로 술어일 것이고, 후자는 當다음에 술어가 왔으므로 부사로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以A爲B= A를 B로 여기다. A를 B로 삼다. ○戒는 경계 계. ○詳은 자세할 상. ○無不+술어: ~하지 않는 것이 없다. ○中은 술어로 맞을 중.
事君如事親, 事長官如事兄, 與同僚如家人, 待群吏如奴僕, 愛百姓如妻子, 處官事如家事然後, 能盡吾之心, 如有毫末不至, 皆吾心有所未盡也。
임금 섬기기를 어버이를 섬기는 것 같이 하며, 웃사람 섬기기를 형을 섬기는 것 같이 하며, 동료와 더불기를 자기집 사람 같이 하며, 여러 아전 대하기를 자기집 노복 같이 하며, 백성 사랑하기를 처자같이 하며, 관직의 일 처리하기를 내 집안일처럼 하고 난 연후에야 능히 내 마음을 다했다 할 것이니라. 만약 털끝만치라도 이에 이르지 못함이 있으면 모두 내 마음에 미진한 바가 있는 것이니라.
(字義) ○如는 ①~와 같다. ②만약 ~한다면. 등등의 뜻이 있다. ○親은 어버이 친. ○僚는 동관(同官) 료. ○待는 ①기다릴 대. ②대할 대. ○群(군)은 주로 한정어로 “여러, 뭇~”의 뜻이다. ○吏는 아전 리. ○僕은 종 복. ○然後는 관용어로 “~한 연후에, ~한 뒤에”의 뜻이다. ○豪末은 “터럭 끝”이란 말로 아주 조금을 일컫는 관용구이다.
或問, 簿佐令者也, 簿所欲爲, 令或不從, 柰何。伊川先生曰, 當以誠意動之, 今令與簿不和, 只是爭私意, 令是邑之長, 若能以事父兄之道事之, 過則歸己, 善則唯恐不歸於令, 積此誠意, 豈有不動得人。
어떤 사람이 물었다. 부(簿)는 영(令)을 보좌하는 자입니다. 부가 하고자 하는 바를 영이 혹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합니까? 이천 선생이 말씀하셨다. 마땅히 진실된 뜻으로 영을 움직여야(감응시켜야) 할 것이니라. 지금 영과 부가 화목하지 못은 것은 다만 사사로운 뜻을 다투기 때문이니라. 영은 고을의 우두머리이니, 만약 부형(父兄)을 섬기는 도리로서 영을 섬기되, 잘못이 있으면 자기에게로 돌리고 잘한 것이 있으면 영에게 그 공이 돌아가지 않으면 어쩌나 근심하여야 한다. 이러한 진실된 뜻을 쌓는다면 어찌 사람을 움지이지(감응시키지) 못할 것이 있겠는가?
(字義) ○佐는 도울 좌. ○令(영)과 簿(부)는 위의 글에서 보았듯이 관직명이다. ○奈는 어찌 나(내). ○奈何는 “어떻게, 어찌~”의 뜻으로 흔히 쓰이는 관용구이다. ○이천 선생은 앞 글에 나온 명도 선생의 동생이다. 역시 송나때의 대 유학자이다. 그 두 분을 구분하지 않고 종종 정자(程子)라고 일컫기도 한다. ○誠은 정성 성. 부사로는 진실로 성. ○只是에서 是는 “~이다”의 뜻이다. ○令是邑之長에서 是도 역시 “~이다”란 뜻이다. 長은 명사로 우두머리. 장(長) 등등의 뜻이다. ○不動得人에서 得은 술어뒤에 붙어서 “가능”을 나타낸다. 즉, 動得이 하나의 어구를 형성하는 것이지, 이를 따로 따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
劉安禮問臨民, 明道先生曰, 使民各得輸其情。 問御吏曰, 正己以格物
유안례가 백성에 임하는 법에 대해서 묻자, 명도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백성으로 하여금 각자 그들의 뜻을 다할 수 있게 하여야 하느니라. 또 아전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묻자, 말씀하셨다. 자기를 바르게 함으로써(以) 남을 바르게 하여야 하느니라.
(字義) ○臨은 임할 림. ○使+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得다음에 술어가 오면 得을 “~할 수 있다”로 해석한다. ○輸는 ①보낼 수. ②다할 수. “輸其情”에서 其는 백성을 받는 소유격 대명사이고, 情은 뜻, 정황, 실상의 뜻이니, 이는 백성의 뜻을 윗사람에게 상달(上達)할 수 있게끔 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情은 두가지의 뜻이 있다. 하나는 잘 알고 있듯이 “애정(愛情), 우정(友情)”할 때의 그 정(情)을 말하고, 또 하나는 위에서 말한대로 정황(情況), 실정(實情) 등을 의미한다. 情報(정보). ○御는 어거할 어. 다스릴 어. ○格은 바를 격. 格子(격자). ○物은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가리킨다. 人과 비슷한 뜻이다.
抱朴子曰, 迎斧鉞而正諫, 據鼎鑊而盡言, 此謂忠臣也。
포박자에 이르기를, 도끼를 들이 맞아도 바르게 간언하며, 솥에 들어 앉아도 옳은 말을 다할 수 있다면 이를 일러 충신이라고 한다.
(字義) ○포박자는 晉(진)나라때의 책. ○迎은 맞을 영. ○斧는 도끼 부. ○鉞은 도끼 월. ○諫은 간할 간. ○據는 웅거할 거. ○鼎은 (다리가 셋인) 솥 정. ○鑊은 가마 확. ○謂~: ~라 일컫는다. ○此謂忠臣也에서 此는 지시대명사로서 주어이고, 忠臣은 謂의 목적어이다. 즉, 직역을 하자면, “이것은 충신을 말하는 것이다”가 되지만, 우리말에 어색하므로 일반적으로 위와 같이 此를 謂의 간접 목적어처럼 번역하는 것이다.
治政篇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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