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敎篇
입교편에서는 세상살이의 기본적인 교훈이 될만한 문귀들을 모아 놓았다. 처음의 계획과 기본 자세가 잘 서야 이를 바탕으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大學에 이런 글귀가 있다. “만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으며,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나니, 먼저하고 뒤에 할 것을 알면 道에 가까운 것이니라”라고 하였으니 곧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니겠는가? 우리들은 정작 말단(末端)만을 쫓는 것은 아닌지 이 편(篇)을 통해서 생각해 볼 일이다.
子曰, 立身有義而孝爲本, 喪祀有禮而哀爲本, 戰陣有列而勇爲本, 治政有理而農爲本, 居國有道而嗣爲本, 生財有時而力爲本。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입신(立身)에는 의(義)가 있으니 효(孝)가 근본이 되고, 초상(初喪)과 제사(祭祀)에는 예(禮)가 있으니 슬픔이 근본이요, 싸움터에는 열(列)이 있으니 용맹이 근본이며, 정사(政事)를 다스림에는 이치(理致)가 있으니 농사가 근본이 되고, 나라에 거함에는 도(道)가 있으니 대(代)를 잇는 것이 근본이 되며, 재물을 내는 데에는 때가 있으니 힘이 근본이니라.
(字義) ○立身(입신)은 세상에 출세하여 이름을 높이거나 영달함을 뜻한다. ○공자의 말씀중에 “신체발부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라 감히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孝)의 시작이며, 입신출세하여 부모의 이름을 세상에 드날리는 것이 효(孝)의 끝이다”라고 하였으니, 立身은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부모에게 효도하기 위해서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입신에는 대의명분(大義名分)이 있으니 바로 효(孝)가 그 근본이다. ○초상과 제사에는 엄격한 절차, 즉 예(禮)에 따라야 하지만, 그 근본은 어디까지나 슬퍼하는 마음이라 할 것이다. 논어(論語)에 다음과 같은 공자의 말씀이 있다. “상사(喪事)는 형식을 잘 갖추기 보다는 차라리 슬퍼해야 하느니라.” ○戰陣은 ①전쟁을 하기 위해 벌여 놓은 진(陣). ②전쟁터. 등등 2가지의 뜻이 있다. ○전쟁터에서는 열(列)을 잘 갖춰 싸우는 것도 중요한 전술이지만, 어디까지나 그 근본은 군사들의 사기와 용맹에 있다 할 것이다. ○농경 사회에서 정치의 근본은 당연히 농민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농번기에 농민들을 부역에 동원하다든지, 또는 농민들에게 과다한 세금을 매긴다든지 하는 일들은 모두 이치에 어긋나는 일들이다. ○한 나라의 군주로서 나라에 거함에는 대(代)를 이어 종묘사직을 굳건히 하는 것이 바로 군주의 도리일 것이다. ○生은 ①~에 살다. ②~을 낳다. ~을 생기게 하다.
景行錄云, 爲政之要, 曰公與淸。成家之道, 曰儉與勤。
경행록에 이르기를, 위정(爲政)의 요체는 공평과 청렴이라 할 것이요, 집안을 이루는 길은 근검과 근면이라 할 것이다.
(字義) ○爲는 ①할 위. ②될 위. ③위할 위. ④~으로 여기다. ~으로 삼다. ⑤~을 만들다. ~을 짓다. 위에서는 ①의 뜻이다. ○要는 명사로는 요긴한 것, 긴요한 것, 요점, 요체 등의 뜻이다. ○與는 “~와”의 뜻. ○淸은 청렴하다는 뜻. ○勤은 부지런할 근.
讀書起家之本, 循理保家之本, 勤儉治家之本, 和順齊家之本。
독서는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요, 이치를 쫓는 것은 집안을 보존하는 근본이며, 근검은 집안을 다스리는 근본이요, 화순(화목하고 순종하는 것)은 집을 가지런히 하는 근본이니라.
(字義) ○循은 쫓을 순. 돌 순. 循環(순환). ○順은 따를 순. 순응할 순. 順序(순서), 順應(순응), 順從(순종).
孔子三計圖云, 一生之計在於幼, 一年之計在於春, 一日之計在於寅。幼而不學, 老無所知, 春若不耕, 秋無所望, 寅若不起, 日無所辦。
공자의 삼계도(세가지의 계획)에 이르기를,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있고, 일년의 계획은 봄에 있고,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 그러므로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바가 없고,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으며,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를 판단할 바가 없느니라.
(字義) ○計(계)는 꾀, 계획, 계책 등등의 뜻이다. ○圖는 도모할 도. 그림 도. ○A+在(於)+B= A가 B에 있다. 이 때 於는 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윗 문장에서는 글자수를 맞춰 리듬감을 준다. 즉, 4.3 4.3의 운율을 느끼게 한다. ○幼는 어릴 유. ○寅(인)은 寅時를 가리킨다. 즉, 지금의 오전 3~5시를 말한다. 위에서는 단순히 “새벽”이라고 번역했다. ○辦은 판단할 판.
性理書云, 五敎之目, 父子有親, 君臣有義, 夫婦有別, 長幼有序, 朋友有信。
성리서에 이르기를, 오교(다섯가지 가르침)의 조목은 부자간에는 친함이 있어야 하고, 군신간에는 의(義)가 있어야 하며, 부부간에는 분별이 있어야 하고, 어른과 아이간에는 차례가 있어야 하며, 붕우간에는 믿음이 있어야 하느니라.
(字義) ○目은 조목 목. ○A(명사)+有+B= A에 B가 있다.
三綱, 君爲臣綱, 父爲子綱, 夫爲婦綱。
삼강은 임금은 신하의 벼리가 되고, 아버지는 자식의 벼리가 되며, 지아비는 지어미의 벼리가 되는
것이니라.
(字義) ○綱은 벼리 강. 벼리는 우리말로, 그물의 위쪽 코를 꿰어서 오므렸다 폈다 하는 줄을 뜻한다. 즉, 위에서 말한 세가지의 “벼리”는 위에서 통제하고, 총괄함을 비유한 말이다.
王蠋曰, 忠臣不事二君, 烈女不更二夫。
왕촉이 말하였다.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아니하고, 열녀는 두 남편을 고치지 아니한다.
(字義) ○事는 술어로는 ①~을 섬기다. ②~을 일삼다. 주로 ①의 뜻으로 쓰인다. ○烈은 매울 렬. 비유적으로 지조나 절개가 굳고 열렬함을 말하기도 한다. 烈士(열사), 忠烈(충렬). ○更은 부사로는 다시 갱, 술어로는 고칠 경.
忠子曰, 治官莫若平, 臨財莫若廉。
충자가 말했다. 벼슬일을 다스림에는 공평함 만한 것이 없고, 재물에 임해서는 청렴함 만한 것이 없다.
(字義) ○官은 벼슬 관. 관가(官家) 관. 일(事) 관. ○莫은 ①금지사로서의 막. ②없을 막. 莫若(또는, 莫如~): ~만한 것이 없다. ~이 최고다. 莫非+명사(절): ~이 아닌 것이 없다. 莫不+술어: ~하지 않는 것이 없다. ○臨은 임할 임. ~에 임하다. ○廉은 청렴할 렴. 淸廉(청렴).
張思叔座右銘曰, 凡語必忠信, 凡行必篤敬, 飮食必愼節, 字劃必楷正, 容貌必端莊, 衣冠必肅整, 步履必安詳, 居處必正靜, 作事必謀始, 出言必顧行, 常德必固持, 然諾必重應, 見善如己出, 見惡如己病, 凡此十四者, 皆我未深省, 書此當座隅, 朝夕視爲警。
장사숙의 좌우명에 이르기를, 모든 말은 반드시 정성되고 신의가 있어야 하고, 모든 행동은 반드시 독실하고 조심해야 하며, 음식은 반드시 삼가고 절제하여야 하며, 글씨는 반드시 똑바르게 써야 하며, 용모는 반드시 단정하여야 하고, 의관은 반드시 엄숙하고 바르게 하여야 하며, 걸음 걸이는 반드시 안정되고 차분해야 하며, 거처는 반드시 바르고 고요해야 하며, 일을 꾸밀 때는 반드시 시작을 잘 꾀하여야 하고, 말을 할 때는 반드시 행할 수 있을지를 고려해 보아야 하며, 평상(平常)의 덕을 반드시 굳게 지녀야 하고, 승낙은 반드시 신중하게 응해야 하며, 선한 일을 보기를 내게서 나오듯이 하며, 악한 일을 보기를 내 병인 듯 하여야 하느니라. 무릇 이 14가지 것을 모두 나는 아직 깊이 성찰하지 못하였으니, 이를 글로 써서 자리의 구석에 붙여 놓고는 아침 저녁으로 보고서 경계로 삼으리라.
(字義) ○이 좌우명은 오언(五言)으로 되어 있고,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그리고 2,4,6,8,10,12,14구(句)가 모두 운을 맞추고 있는 점도 보면서 읽으면 운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凡은 ①무릇 범. ②모든 범. ③범상할 범. ①과 ②의 뜻은 별 차이가 없으므로 문장에 따라 적절히 해석한다. ○忠은 충성 충. 정성 충. 忠을 꼭 임금이나 나라에 대한 충성으로 결부시킬 필요는 없다. 忠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정성되고 진실된 마음을 뜻하는 글자이다. 여기서도 忠은 나라에 대한 충성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敬은 ①공경할 경. ②삼갈 경. 조심할 경. 敬은 누구를 공경한다는 뜻도 있지만 행동이나 말을 조심하고 신중히 한다는 뜻도 있다. ○節은 술어로 절약(절제)할 절. ○楷는 해서 해. 해서(楷書)는 서체의 하나로 똑바로 쓰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楷는 “바르다”는 뜻도 있다. ○莊은 ①씩씩할 장. ②단정할 장.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肅은 엄숙할 숙. ○步는 명사로는 걸음 보. 술어로는 밟을 보. ○履는 신 리. 술어로는 밟을 리. ○安詳은 관용적인 표현으로 성질이 찬찬하고 자세하다는 뜻이다. ○常은 항상 상. ○書는 술어로는 “~을 쓰다”의 뜻이다. ○隅는 구석 우. ○爲는 ~으로 삼다. ~으로 여기다. ○警은 경계할 경.
范益謙座右戒曰, 一不言朝廷利害邊報差除, 二不言州縣官員長短得失, 三不言衆人所作過惡之事, 四不言仕進官職趨時附勢, 五不言財利多少厭貧求富, 六不言淫媟戱慢評論女色, 七不言求覓人物干索酒食。
범익겸의 좌우계에 이르기를, 첫째, 조정의 이해(利害), 변방의 보고(報告)와 벼슬자리에 파견되고 제수되는 것을 말하지 말라. 둘째, 주현(州縣) 관원(官員)들의 장단(長短)이나 득실(得失)을 말하지 말라. 셋째, 뭇사람들이 짓는 바, 과실과 악행의 일들을 말하지 말라. 넷째, 관직에 벼슬하여 나아가고, 또는 시세를 쫓고 부합한다는 둥 말하지 말라. 다섯째, 재물의 이익이 많고 적음과 가난을 싫어하고 부(富)를 구한다는 둥 말하지 말라. 여섯째, 음란하며 외설적이고 희롱하며 업신여기는 것과 여색을 논평하는 말을 하지 말라. 일곱째, 남의 물건을 구하거나 술과 음식을 구하는 말을 하지 말라.
(字義) ○원문의 글이 길어서 두 단락으로 짤라서 싣는다. ○邊은 가 변. 변방 변. ○差는 ①어긋날 차. ②가릴(擇) 차. ③보낼(送) 차. 현대에는 주로 ①의 뜻으로만 쓰이나, 위에서 差除란 한 단어로 벼슬에 임명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즉, 差는 사람을 가려서 벼슬자리로 보낸다는 뜻이다. 差使(차사): 중요한 임무를 위해 파견하던 임시직. 咸興差使(함흥차사). 差遣(차견): 사람을 시켜서 보냄. ○除는 ①제할 제 (~을 제거하다, ~을 없애다). ②벼슬줄 제 (벼슬을 除受하다). ○言은 뒤로 절을 받아서 “~을 말하다”의 뜻. (= say that~) ○長短은 장점과 단점. ○得失은 얻고 잃은 것, 성공과 실패, 잘하고 잘 못한 일. ○趨(추)는 ①종종걸음으로 걷다. 종종걸음으로 몸을 삼가고 조심히 걷다. ②(주로 시세, 이익 등을 따라) ~을 쫓다. 달려가다.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附는 ①더할 부. ②의지할 부. 여기서는 ②의 뜻으로 아부(阿附)하다, 부합(附合)하다. 등등의 뜻이다. ○媟은 거만할 설. 또는 褻(설)과 통하는 글자이다. 즉, 음이 같기 때문에 혼용해서 쓴다. 여기서는 외설스럽다는 뜻이다. ○覓은 구할 멱. ○干은 ①간섭할 간. ②구할 간.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索은 찾을 색.
又曰, 一人付書信不可開坼沈滯, 二與人幷座不可窺人私書, 三凡入人家不可看人文字, 四凡借人物不可損壞不還, 五凡喫飮食不可揀擇去取, 六與人同處不可自擇便利, 七凡人富貴不可歎羨詆毁, 凡此數事有犯之者, 足以見用心之不肖, 於存心修身, 大有所害, 因書以自警。
또 이르기를, 첫째, 남이 부친 서신을 함부로 뜯거나 또는 전달하지 않고 묵혀 두어서는 안된다. 둘째, 다른 사람과 함께 같이 앉아서는 남의 개인적인 편지를 엿보아서는 안된다. 셋째, 무릇 남의 집에 들어가서는 남이 사사로이 적어 놓은 글자들을 보아서는 안된다. 넷째, 무릇 남의 물건을 빌려와서는 손상 또는 파괴하거나, 되돌려 주지 않아서는 안된다. 다섯째, 무릇 음식을 먹고 마실 때는 가리거나 버려서는 안된다. 여섯째, 남과 같이 처할 때는 편리를 스스로 가려서는 안된다. 일곱째, 무릇 남의 부귀를 감탄하여 부러워하거나 흉보고 헐뜯어서는 안된다. 무릇 이 여러가지 일들을 범하는 자는 마음 씀씀이가 불초(不肖)하여 존심(存心)과 수신(修身)에 해로운 바가 크게 있음을 보기에 충분하다. 그리하여 글을 써서(以) 스스로 경계하노라.
(字義) ○付는 ①줄 부 ②부탁할 부 ③(편지 등을) 부칠 부. ○書는 술어로는 “쓸 서” 명사로는 ①책 서. ②편지 서. 두 번째 글귀의 私書의 書도 편지라는 뜻이다. ○坼은 ①터질 탁. ②(편지 등을) 뜯다. 坼封(탁봉). ○滯는 막힐 체. ○幷은 아우를 병. ○窺는 엿볼 규. ○擇은 가릴 택. ○羨은 부러울 선. 羨望(선망)의 대상. ○詆는 꾸짖을 저. ○足以+술어: ~하기에 족하다. 족히 ~할 수 있다. ○肖는 닮을 초. 不肖는 부형(父兄)의 덕을 닮지 못한 못난 사람이란 뜻으로 자신을 겸손히 낮추어 이르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자신을 지칭하는 말은 아니고 단순히 불민하고 덕이 없다는 뜻이다. ○存은 타동사로 “~을 지니다.” 存心은 맹자의 말씀에서 비롯된 말로, 인간 본연의 선한 마음을 악에 물들이지 않고 굳게 지닌다는 뜻이다. ○因은 인할 인. 因은 뒷 문장을 받아서 “~에서 기인하다”는 뜻도 있고, 또는 여기서처럼 앞 문장을 받아서 “그리하여, 그래서, 인하여”의 뜻으로도 쓰인다.
武王問太公曰, 人居世上, 何得貴賤貧富不等, 願聞說之, 欲知是矣。太公曰, 富貴如聖人之德, 皆由天命, 富者用之有節, 不富者家有十盜。
무왕이 태공에게 물어 말하였다.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찌하여 귀천과 부귀가 같을 수 없는가? 원컨대 그것에 대해 말씀을 듣고 그 까닭을 알고 싶소이다. 태공이 말하였다. 부귀는 성인의 덕과 같아서 모두 천명에 말미암거니와, 부유한 자는 씀씀이에 절제가 있으나 부유하지 못한 자는 집안에 열가지 도둑이 있나이다.
(字義) ○이 글 역시 원문이 길어서 몇 단락으로 구분지어 놓았다. ○武王은 周나라의 임금으로 은(殷)의 폭군 주(紂)를 멸하고 중국을 통일했다. ○太公은 흔히 일컫는 강태공(姜太公)을 지칭한다. ○居는 ~에 살다. ~에 거하다. ○得은 ~을 얻다. 또는 得다음에 술어가 와서 “~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위 문장에서는 후자를 택해서 번역했다. 즉, 得이 不等에 이어지는 것으로 봤다. ○由(유)~: ~에서 말미암다. ○用之有節에서 之는 어조사(語助詞)로 用之는 명사구이다. A+有+B: A에 B가 있다.
武王曰, 何爲十盜。太公曰, 時熟不收爲一盜, 收積不了爲二盜, 無事燃燈寢睡爲三盜, 慵懶不耕爲四盜, 不施工力爲五盜, 專行巧害爲六盜, 養女太多爲七盜, 晝眠懶起爲八盜, 貪酒嗜慾爲九盜, 强行嫉妬爲十盜。
무왕이 말했다. 무엇이 열가지 도둑이 됩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때가 무르익었는데도 곡식을 거두어 들이지 않는 것이 첫번째 도둑이요, 곡식을 거두어 쌓아두기를 마치지 않는 것이 두 번째 도둑이고, 아무일도 없이 등불을 켜놓고 잠자는 것이 세번째 도둑이요, 게을러서 밭을 갈지 않는 것이 네번째 도둑이요, 기능을 발휘하지 않는 것이 다섯번째 도둑이요, 꾀만 부려 남을 해치는 일만 오로지 행하는 것이 여섯째 도둑이요, 딸 기르기를 너무 지나치게 하는 것이 일곱째 도둑이요, 낮까지 잠자고 게을리 일어나는 것이 여덟째 도둑이요, 술 마시기를 탐하며 즐기는 것이 아홉째 도둑이요, 억지로 행하고 남을 질투하는 것이 열번째 도둑입니다.
(字義) ○熟은 익을 숙. ○爲는 될 위. ○何爲는 일반적으로는 爲가 “위할 위”의 뜻으로 “무엇을 위하여?, 무엇 때문에?, 왜?” 등등의 뜻이지만, 여기서는 爲가 “될 위”의 뜻이다. ○了는 마칠 료. ○燃은 탈 연. ○睡는 잠잘 수. ○慵은 게으를 용. ○懶는 게으를 라. ○專은 부사로, 오로지 전. ○嗜은 즐길 기. ○强은 부사로, 억지로 강. 强+술어; 억지로 ~하다. ○嫉은 질투할 질.
武王曰, 家無十盜, 不富者, 何如。太公曰, 人家必有三耗。武王曰, 何名三耗。太公曰, 倉庫漏濫不蓋, 鼠雀亂食爲一耗, 收種失時爲二耗, 抛撒米穀穢賤爲三耗。
무왕이 말하였다. 집안에 열가지 도둑이 없는데도 부유하지 못한 자는 어찌하여 그렇습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집안에 반드시 세가지 소모함이 있습니다. 무왕이 말하였다. 무엇을 세가지 소모라고 이름합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창고가 세어 밖으로 넘쳐나 쥐와 참새들이 어지럽게 먹어대는 것이 첫번째 소모함이요, 거두고 씨뿌리는데 때를 놓치는 것이 두번째 소모함이요, 곡식을 버리고 흩뿌려 더럽고 천하게 하는 것이 세번째 소모함입니다.
(字義) ○何如:~과 같은가? 어떠한가? ○耗는 소모할 모. ○名은 여기서 술어로 쓰였다. ○倉은 곳집 창. ○庫은 곳집 고. 漏는 셀 루. ○濫은 넘칠 람. ○蓋는 덮을 개. ○鼠는 쥐 서. ○雀은 참새 작. ○亂은 여기서 부사로 쓰였다. ○種은 명사로는 씨 종. 술어로는 심을 종. 씨뿌릴 종. ○抛는 버릴 포. ○撒은 뿌릴 살. 撒布(살포). ○穢는 더러울 예.
武王曰, 家無三耗, 不富者, 何如。太公曰, 人家必有一錯二誤三痴四失五逆六不祥七奴八賤九愚十强, 自招其禍, 非天降殃。
무왕이 말하였다. 집안에 세가지 소모함이 없는데도 부유하지 않은 자는 왜 그렇습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집안에 반드시 일착, 이오, 삼치, 사실, 오역, 육불상, 칠노, 팔천, 구우, 십강이 있으니, 그 화를 스스로 부르는 것이요, 하늘이 재앙을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字義) ○錯은 어긋날 착. ○痴는 癡의 속자이다. 어리석을 치. ○招는 부를 초. ○自는 술어와 붙어서 잘 쓰인다. ○殃은 재앙 앙. ○非+명사구(절): ~이 아니다.
武王曰, 願悉聞之。太公曰, 養男不敎訓爲一錯, 嬰孩勿訓爲二誤, 初迎新婦不行嚴訓爲三痴, 未語先笑爲四失, 不養父母爲五逆, 夜起赤身爲六不祥, 好挽他弓爲七奴, 愛騎他馬爲八賤, 喫他酒勸他人爲九愚, 喫他飯命朋友爲十强。武王曰, 甚美誠哉, 是言也。
무왕이 말하였다. 원컨대 그것을 다 듣고 싶습니다. 태공이 대답하였다. 사내아이를 기르는데 가르치지 아니함이 일착(첫째 착오)이요, 어린 아이를 훈계하지 않는 것이 이오(두번째 오류)이요, 신부를 처음 맞아들여서 엄한 훈계를 행하지 않는 것이 삼치(세번째 어리석은 짓)이요, 아직 말도 하지 않았는데 먼저 웃어버리는 것이 사실(네번째 실수)요,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것이 오역(다섯째 거스름)이요, 밤에 발가벗은 몸으로 일어나는 것이 육불상(여섯째 상서롭지 못한 일)이요, 남의 활을 당기기를 좋아함이 칠노(일곱째 노비같은 짓)이요, 남의 말을 타기를 좋아함이 팔천(여덟째 천한 짓)이요, 남의 술을 마시면서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 구우(아홉째 어리석은 짓)이요, 남의 밥을 먹으면서 친구에게 먹기를 명하는 것은 십강(열번째 강요)입니다. 무왕이 말하였다. 매우 아름답고 진실하도다. 그 말씀이여!!
(字義) ○悉은 다 실. 모두 실. ○嬰은 어릴 영. ○孩은 아이 해. ○迎은 신부를 맞아들인다는 뜻이다. 즉, 親迎(신랑이 신부를 친히 맞아 들임)의 뜻이다. ○赤은 붉을 적. 발가벗을 적. “赤子”는 발가벗은 갓난 아이를 가리킨다. ○挽은 당길 만. ○騎는 말탈 기. ○마지막의 是는 지시형용사로 “이 시”자(字)이다.
立敎篇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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