訓子篇
학문의 중요성에 관한 글귀를 실은 근학편에 이어서, 이 편에서는 자식 교육에 관한 글들을 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 교육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으나 그 내용과 방식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이 편을 통해서 다소 살펴볼 수 있다.
景行錄云, 賓客不來, 門戶俗。詩書無敎, 子孫愚。
경행록에 이르기를, 빈객(손님)이 찾아 오지 않으면 집안이 비속해지고, 시서를(시경과 서경을) 가르치지 아니하면 자손이 어리석어지느니라.
(字義) ○門戶는 지금도 자주 쓰이는 단어이다. 문호(門戶)를 개방하다. 戶는 지게 호. “지게”는 마루에서 방으로 드나드는 곳에 안팎을 두꺼운 종이로 바른 외짝문을 뜻한다. 즉, 門은 집으로 들어서는 대문이나 집안 내에서 드나드는 나무짝 문들을 가리키고, 戶는 방문들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비유적으로 집안을 뜻한다. ○詩는 詩經을, 書는 書經을 뜻한다. ○愚는 어리석을 우.
莊子曰, 事雖小, 不作不成。子雖賢, 不敎不明。
장자께서 말씀하셨다. 일이 비록 작더라도 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자식이 비록 어질지라도 가르치지 아니하면 현명해지지 못하느니라.
(字義) ○雖는 비록 수. 일반적으로 雖앞에다가 주어를 쓴다. 즉 雖事小라고 영어식으로 쓰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지만. ○賢은 어질 현. 어질다는 것은 착하고 순박하다는 뜻이 아니라, 현명하다는 뜻이다. 賢明(현명).
黃金滿籯, 不如敎子一經。賜子千金, 不如敎子一藝。
황금이 상자에 가득찬 것은 자식에게 한 권의 책을 가르치는 것만 못하고, 자식에게 천금을 주는 것은 자식에게 한 가지 재주를 가르치는 것만 못하느니라.
(字義) ○滿은 ~에 가득차다. 金玉滿堂(금옥만당). ○籯은 상자 영. ○經은 책 경. 聖經(성경), 佛經(불경), 經書(경서). ○藝는 재주 예. ○不如+서술절:~하는 것만 못하다.
至樂, 莫如讀書。至要, 莫如敎子。
지극한 즐거움은 독서만한 것이 없고, 지극한 요체는(지극히 긴요한 것은) 자식 가르치는 것만 한 것이 없다.
(字義) ○至는 ①이를 지 ②지극할 지. ②로 쓰일 때는 명사나, 술어앞에서 한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莫如: ~만한 것이 없다. (직역하면, ~와 같은 것이 없다) 莫은 ①금지사로서의 莫. ②없을 막. 등등 2가의 뜻이 있다. ○莫如와 不如: 어떤 책에서는 이 두 관용구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나, 개인적으로 볼 때는 전혀 다른 것이다. 莫如는 주로 뒤에 짧막한 명사구가 와서 “~와 같은 것이 없다”의 뜻이고, 不如는 뒤에 명사구 또는 서술문이 와서 “~만 못하다,” “~하는 것만 못하다”의 뜻이다. ○要는 여기서 명사로 쓰였다.
呂滎公曰, 內無賢父兄, 外無嚴師友, 而能有成者, 鮮矣。
여형 공께서 말씀하였다. 안으로는 어진 부형(어버이와 형)이 없으며, 밖으로는 엄한 사우(스승과 벗)이 없으면서 능히 성공을 거둔 자는 드무니라.
(字義) ○“內~~,外~~”의 댓구문 형식을 파악하면 해석하기가 한결 쉽다. ○鮮은 드물 선. “~~者,鮮矣” 구문은 “~하는 사람(~하는 것)이 드물다”의 뜻으로 자주 쓰이는 관용구이다.
太公曰, 男子失敎, 長必頑愚。女子失敎, 長必麤疏。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남자가 (어려서) 가르침을 잃으면 커서 반드시 완우해지고(둔하고, 어리석어지고) 여자가 (어려서) 가르침을 잃으면 커서 반드시 추소해지느니라(거칠고 솜씨가 없어지느라).
(字義) ○頑은 완고할 완. 어리석을 완. 頑固(완고), 頑愚(완우). ○麤 성길 추.
男年長大, 莫習樂醉。女年長大, 莫令遊走。
남자 나이가 장대해지거든(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면) 풍악과 술먹고 취하는 것을 배우지 말고, 여자 나이가 장대해지거든 밖으로 놀아 다니게 하지 말지니라.
(字義) ○年은 ①해 년. ②나이 년. ○樂은 풍류 악. ○令은 “하여금 령.” 令+(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使와 같음.
嚴父出孝子, 嚴母出孝女。
엄부(엄한 아버지)는 효자를 내고, 엄모(엄한 어머니)는 효녀를 내느니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아래 글귀들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出은 타동사로 ①(장소)~를 나가다. 出所, 出監, 出家. ②~을 내다. 出産, 出兵, 出師(師는 “군대”라는 뜻이다).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憐兒多與棒, 憎兒多與食。
아이를 어여삐 여기거든 몽둥이(매)를 많이 주고, 아이를 미워하거든 밥을 많이 주라.
(字義) ○憐은 어여삐여길 련. 불쌍히여길 련. “어여삐 여긴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뜻이 아니고, 고어(古語)로 불쌍히 여긴다는 뜻이다. 可憐(가련), 憐憫(연민). ○棒은 몽둥이 봉. ○與는 줄 여.
人皆愛珠玉, 我愛子孫賢。
사람들은 모두 주옥을 사랑하나, 나는 자손이 어진 것을 사랑하느니라.
訓子篇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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