勤學篇
근학편은 학문의 중요성을 들어 이에 힘쓸 것을 강조한 글귀들이 실려 있다. 사람으로서의 올바른 도리를 알고, 교묘하고 간사한 인간 세상을 미혹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이 학문에 있음이야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이는 현대에 있어서도 변치 않는 진리이다. 그러나 그 학문의 내용을 옛 선현들과 비교해 봄에 현대의 학문과 어찌 이리도 현격한가?
子夏曰, 博學而篤志, 切問而近思, 仁在其中矣。
자하께서 말씀하였다. 널리 배워서 뜻을 두터히 하고, 묻기를 절실히 하여 생각을 가까이 하면 인(仁)은 그러한 가운데에 있느니라.
(字義) ○子夏는 孔子의 제자. ○博은 넓을 박. ○篤은 두터울 독. ○切은 ①끊을 절. ②간절할 절. 절실할 절. ○A+在+B= A가 B에 있다. ○矣는 종결형 어조사. ○참고로 위 글귀를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孔子의 말씀으로 되어 있으나, 이 글귀는 논어의 “子張篇”에 보이므로 子夏의 말씀으로 바꾸었다.
莊子曰, 人之不學, 若登天而無術, 學而智遠, 若披祥雲而覩靑天, 如登高山而望四海。
장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의 배우지 아니함은(사람이 배우지 않는 것은) 마치 하늘을 오르는데 아무런 재주도 없는 것과 같으며, 배워서 지혜가 심원해지는 것은 마치 상서로운 구름을 헤치고 푸른 하늘을 보는 것과 같아서, 마치 높은 산에 올라가 사해(四海)를 내려다 보는 것과 같느니라.
(字義) ○人之不學에서 之는 관형격 조사이다. 단, 위 문장에서는 우리말로 해석할 때 관형격 조사로 하면 어색하므로 주격 조사로 의역해주는 것이 좋다. 또는 어떤이는 之를 직접 주격 조사로 보기도 하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之가 주격 조사라기 보다는 관형격 조사이며, 단지 우리말로 옮길 때 관형격으로 해석하면 어색할 경우가 종종 있을 뿐이며, 이럴 때 단지 之를 주격으로 의역해준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若은 ①만약 ~한다면(if), 만약 ~하더라도(even if) ②~와 같다. ○披는 헤칠 피. ○覩는 볼 도. 睹와 같은 글자이다. 目睹(목도)하다.
禮記曰, 玉不琢, 不成器, 人不學, 不知義。
예기에 이르기를, 옥은 쪼지 아니하면 그릇이 못되고, 사람은 배우지 아니하면 의(義)를 알지 못하느니라.
(字義) ○琢은 (옥)쪼을 탁. ○成器는 “그릇을 이루다” 즉, “그릇이 되다”는 뜻이다.
太公曰, 人生不學, 冥冥如夜行。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살면서 배우지 아니하면 어둡고 어두워 마치 밤에 길을 다니는 것과 같느니라.
(字義) ○冥은 어두울 명. 冥福(명복)을 빌다. 이때 冥은 저승을 비유한 것이다.
韓文公曰, 人不通古今, 馬牛而襟裾。
한 문공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고금(古今)에 통달하지 못하면 말이나 소에게 옷을 입힌 것과 같으니라.
(字義) ○而는 두 문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때 而의 앞 문귀는 단순히 명사구나 술어가 올 수도 있다. ○襟은 옷깃 금. ○裾는 옷자락 거. 여기서 금거(襟裾)는 술어로 쓰였다.
朱文公曰, 家若貧, 不可因貧而廢學, 家若富, 不可恃富而怠學。貧若勤學, 可以立身, 富若勤學, 名乃榮光。惟見學者顯達, 不見學者無成。學者乃身之寶, 學者乃世之珍。是故, 學則乃爲君子, 不學則乃爲小人, 後之學者, 各宜勉之。
주 문공께서 말씀하셨다. 집이 만약 가난하더라도 가난으로 인하여 배우기를 저버려서는 안되며, 집이 만약 부유하더라도 부유한 것을 믿고 배우기를 게을리 해서도 안되느니라. 가난하더라도 배우기를 부지런히 하면 입신할 수 있으며, 부유하더라도 배우기를 부지런히 하면 이름이 이내 영광될 것이로다. 배우는 사람이 현달한 것은 보았으되, 배우는 사람이 이룸이 없는 것은 보지 못했노라. 배우는 것은 이내 자신의 보배요, 배우는 것은 이내 세상의 보배로다. 이런 까닭에 배우면 이내 군자가 되는 것이요, 배우지 아니하면 이내 소인이 되는 것이니라. 뒤의 배우는 사람들은 각자 의당 이에 힘써야 하느니라.
(字義) ○朱文公은 朱子를 지칭한다. ○不可는 “~할 수 없다, ~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해서는 안된다”의 뜻이다. ○因은 인할 인. 뒷 문장을 받아서 “~에서 기인하다”의 뜻이다. ○恃는 믿을 시. ○可以는 한 단어로 “~할 수 있다”의 뜻이다. 可와는 어감과 그 뜻에 미묘한 차이가 있으므로 구분하여야 할 것이다. ○“惟見學者顯達”에서 見學을 한 단어로 보고, “오직 보고 배우는 사람만이 현달해진다”라고 해석해 놓은 책을 보았는데 이는 오역(誤譯)이다. “惟見~, 不見~”은 “~하는 것은 보았으되, ~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는 뜻으로 흔히 쓰이는 댓구문인 것이다. 따라서 見學을 붙여서 해석하면 안된다. ○“學者乃身之寶”에서 學者를 “배우는 사람”이라고 해석한 책이 있는데 이는 문맥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者자는 사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學을 강조하기 위해 덧붙여 준 말이다. 즉, 여기서 學者는 “배우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이라는 것은”의 뜻이다. 者는 ①사람 자. ②것 자. ○乃는 주어에 붙어서 서술어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그리하여”의 뜻으로 문장의 접속사로도 쓰인다. 여기서 乃는 문장의 운율을 맞추기 위해 써준 글자이다. 乃를 써줌으로써 글을 부드럽게 운율에 따라 읽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宜는 “옳을 의”로 여기서는 부사로 “의당, 마땅히”의 뜻이다. 便宜(편의), 宜當(의당), 時宜適切(시의적절).
徽宗皇帝曰, 學者, 如禾如稻, 不學者, 如蒿如草。如禾如稻兮, 國之精糧, 世之大寶, 如蒿如草兮, 耕者憎嫌, 鋤者煩惱, 他日面墻, 悔之已老。
휘종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배우는 사람은 벼낟알 같고 벼같고, 배우지 아니하는 사람은 쑥같고 풀같도다. 벼낟알 같고 벼 같음이여! 나라의 정량(좋은 곡식)이요, 세상의 큰 보배로다. 쑥같고 풀같음이여! 밭 가는 사람이 미워하고 싫어하며, 김매는 자가 번뇌하는 것이로다. 다른 날에 담장의 벽을 보고 서는 꼴이 되어서 후회해도 그 때는 이미 늙어버린 뒤일 것이로다.
(字義) ○휘종 황제는 북송(北宋)때의 제 8대 임금. ○稻는 벼 도. ○蒿는 쑥 호. ○精은 정할 정. 깨끗할 정. 精練(정련), 精選(정선), 精讀(정독), 精銳(정예), 精密(정밀). ○糧은 곡식 량. ○嫌은 ①싫어할 혐. 嫌惡(혐오). ②의심할 혐. 嫌疑(혐의). ○鋤는 김맬 서. 명사로는 “호미”라는 뜻이다. ○煩은 번거로울 번. ○惱는 번뇌할 뇌. ○墻은 담 장. ○面墻은 “담벽을 보고 선다”는 말로 무식함을 비유한 말이다. 즉, 담을 보고 서면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으며 보이는 것도 없다. 논어에 공자의 말씀 중에 이 “面墻”이란 말이 보인다. ○悔는 뉘우칠 회. 後悔(후회). ○悔之에서 之는 지시대명사라기 보다는 之앞의 글자를 술어답게 만들어주는 어감을 주고, 어세, 어기 등을 고르기 위한 글자이다. ○已는 이미 이.
子曰, 學如不及, 惟恐失之。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기를 미치지 못하는 것 같이 할 것이요, 오직 잃을까를 두려워할지니라.
(字義) ○제가 가지고 있는 책에는 論語云이라고 시작하는데, 공자의 말씀이므로 子曰로 고쳤다. ○失之에서 之는 어조사이다.
謹學篇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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