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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주택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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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구몬 2021. 6. 1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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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주택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1. 새마을운동과 환경개선 사업
    농촌의 부흥은 모든 개발도상국이 꿈꾸는 이상향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새마을운동을 통해 농촌개발 사업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왜 새마을운동이 전개되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새마을운동과 농촌을 보기에 앞서 1970년대 당시의 상황을 돌아보아야한다. 1961년 5월 16일 군사반란을 통해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1970년대에 들어오면서 경제성장과정에서 소외된 일부 계층의 불만이 표출되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였다. 주로 정권의 불만이 표출되는 곳은 도시지역의 노동자, 학생 계층이었다. 이들은 고도성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였고, 정권의 정당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출하는 세력이었다. 도시에서 이러한 일부 계층의 불만이 누적되어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1971년 양대선거를 계기로 박정희 정권은 민중의 불만이 정치적 위기로까지 번져나가는 것을 막고자 했다. 이를 위해 박정희 정권은 1972년 유신체제를 선포하였다. 동시에 도시지역이 아닌 인구의 대다수가 거주하고 있는 농촌지역에 새마을운동을 전개하여 농촌에서도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불만이 퍼져나가지 않게 하였다. 더불어서 농촌은 박정희 정권이 주도하는 고도성장의 수혜를 받지 못했다. 1960년대 경제개발 계획 당시에 농촌은 도시노동자의 식량공급이 어려울 정도의 수준에 그쳤고, 이는 정부가 계획하는 공업 발전에도 영향을 미쳤다. 박정희 정권은 도시의 불만세력이 농촌에도 번지게 되면 정권유지에 커다란 타격이 온다는 것을 인지하였고, 몰락 직전인 농촌의 부흥을 위해 새마을운동이라는 대책을 마련하였다. 새마을운동은 몇가지 하부 사업으로 구성되었는데, 새마을 가꾸기 사업, 소도읍 가꾸기 사업, 저소득 마을 육성사업, 농촌 주거환경 개선사업 등이 추진되었다. 우리는 농촌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중점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환경개선 사업의 시작과 지붕개량 사업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농촌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마을 길 넓히기, 하천 정비 등의 사업이 있었으나, 우리는 지붕개량 사업에 집중하여 보고자 한다. 지붕개량 사업이란 초가지붕을 기와나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꾸는 작업을 말한다. 당시 농촌 대다수의 주택은 초가지붕이었으며, 초가지붕을 슬레이트로 개량하여 매년 소요되는 경비를 줄이는 것이 지붕개량 사업의 핵심이었다. 이 사업에 참여한 여주지역의 새마을운동 현황을 살펴보면 1972년 시작되어 1975년에 지붕개량사업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그 추세는 1978년까지 이어지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해마다 약 2,000동의 개량사업이 있었고, 1976년에는 4,480동을 개량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사업이 마무리되던 1978년에는 710동의 개량사업을 마지막으로 지붕개량 사업은 일단락 지어졌다.

 이처럼 사업의 결과에는 눈부신 성과가 있지만 사업 초기 벌어진 사건들을 살펴보면 자못 흥미롭다. 농촌 주민들은 ‘선조가 물려주신 지붕을 마음대로 뜯어내는’ 정부의 행태에 반발하였으며 지붕을 개량하는데 자신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사실에도 반발하였다. 이에 정부는 “초가지붕은 상투머리, 개량지붕은 깨끗이 이발한 머리"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지붕개량 사업이 현대화의 상징임을 내세워 사업을 집행하였다. 또한 비용적 문제에 있어서는 1~5년이면 지붕 개량에 들어간 비용을 회수 할 수 있다며 정부의 지원과 대출, 농촌 내의 지붕개량 계 등으로 자금을 마련해 사업이 진행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정부는 새마을 운동의 주체인 마을에 발전단계에 따라서 기초마을, 자조마을, 자립마을 등의 칭호를 주었으며 이를 새마을 운동의 성과지표로 삼았다. 자립마을 칭호를 얻기 위해서는 지붕개량이 80%를 넘어야 했는데 1979년에는 자립마을 칭호가 전체 마을의 97%에 달했다. 이는 지붕개량 사업이 전국적으로 성공리에 이루어졌음을 이야기한다. 

지붕개량 사업 이전의 초가집 [출처: 양지리의 지붕개량 사업 추진 사진첩]
지붕개량 사업 전후 비교사진 [출처: 새마을운동 아카이브]

3. 지붕개량사업 이후 취락구조 개선 사업

 지붕개량 사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난 후 뒤이어 주택 개량 등의 취락구조 개선사업이 진행되었다. 취락구조 개선사업은 자연적으로 산재된 마을구조를 영농과 생활에 편리한 위치로 선정하거나 기존마을의 입지 여건을 최대한 이용하여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드는 사업이었다. 특히 가옥의 구조를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표준 설계로 만들고, 영세 가정은 연립형식의 주택을 짓도록 하여 부담을 줄이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개량 사업 당시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문제로 인해 주민의 발발과 원성이 있었다. 그러나 생활환경이 개선되고 사업의 편리함을 이해한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아져 점차 사업은 활기를 띄었다. 이 사업이 진행된 시기는 지붕개량사업이 일단락된 시점인 1977년이다. 지붕개량사업과 동일하게 여주시의 사업 사례를 살펴보겠다. 여주의 경우 영동고속도로 주변 마을 중 1977년부터 가남면 본두리, 여주읍 상거리, 여주읍 멱곡리를 대상마을로 선정하여 취락구조 개선사업 시작하였다.  당시 여주에서 1977년 한 해에만 694동의 주택 개량이 있었다. 이후 5개년 동안 여주 전역에서 3,201동의 주택개량이 이루어졌다. 1980년대 들어서는 주택개량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높아졌으나 사업비 부족으로 모두 수용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사업의 규모는 1980년을 기점으로 줄어들었으며 1983년을 마지막으로 주택개량 사업은 막을 내리게 된다. 

여주군 취락구조 개선사업 연도별 추진 현황

 

콘크리트 벽돌과 흙길, 초가지붕과 슬레이트 지붕이 공존하는 새마을 운동 당시의 농촌

4. 끝나지 않은 지붕개량 사업

 1980년 초반 사업비 문제로 농촌의 주택개선은 국가주도가 아닌 민간주도의 개발로 변모하였다. 농민들은 국가의 지원없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주택을 변형하거나 개선해 거주하였다. 그러나 일부 영세 농민의 경우 주택의 수리나 변형없이 계속 거주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새마을운동 당시 만든 슬레이트 지붕은 주원료를 시멘트와 석면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슬레이트에 10%이상 포함된 석면이 1급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러한 발암물질을 머리위에 이고 사는 농촌 주민들을 위해 환경부와 지자체는 제 2의 지붕개량사업을 시작했다. 환경부는 2020년에는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671억원의 국고를 들여 슬레이트 지붕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붕개량사업이 슬레이트를 보급하는데 힘을 썼다면, 제 2의 지붕개량사업은 보급된 슬레이트 지붕을 제거하는데 사업의 목적이 있다. 

 이렇게 상반되는 두 사업의 목적을 50년의 시간차이를 두고 벌어지는 헤프닝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필자는 이 대목에서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엿 볼 수 있었다. 1970년에는 지붕이 단순 비와 바람을 막는 용도였다면, 2020년 이후의 대한민국에서는 보다 건강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나아가는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5. 농촌과 주택

 생존을 위한 농사만이 생존의 유일한 도구였던 시절, 농촌에서는 흙을 바르고 초가지붕을 얹은 집은 어찌보면 당연한 풍경이었다. 시간이 흘러 시대는 개화기를 거쳐 근대로 넘어왔지만 농촌의 주택들은 20세기 초에 지은 집이 태반이었다. 이러한 주택들은 새마을운동기를 거쳐 새로운 농촌의 주택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리고 2010년대를 거치며 제 2의 지붕개량사업을 통해 다시 새로운 주택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농촌 주택의 변모에는 대한민국의 국가역량의 증대가 녹아 있다. 박정희 정권 시기 중공업 진흥정책과 맞물린 시멘트 생산량의 증대는 국가를 부강하게 함은 물론 새마을운동으로 이어져 농촌의 주택을 변모시켰다. 그리고 이 주택들이 노후화된 2010년 이후에는 슬레이트의 발암물질로 인해 다시 지붕개량 사업이 시작되었다. 이 역시도 국가의 역량이 증대되어 나타날 수 있는 지원사업이었다. 

 우리가 살펴본 것은 단순히 농촌 주택의 변화가 아니다.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국가가 국민의 삶과 건강을 위해 제공하는 주택환경'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국가의 역량증대를 기반으로 이 점에서 훌륭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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