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 개괄 - 제3장 경제사회의 성립 에도 시대의 사회와 경제

제3장 경제사회의 성립 에도 시대의 사회와 경제

1. 집약농업 성립의 결과

집약농업이 발달하고 토지생산력이 상승했다는 사실은 동시에 지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커졌음을 의미한다. 농업생산에서 토지의 지력유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한 생산이 되지 않는다. 화전은 연년 사용이 보편적인 형태였다. 그래고 생산량 증대를 위해 대량의 비료투입과 심경이 도입되었다. 비료는 잡초, 낙엽, 인분, 재등을 이용하여 퇴비를 만들어 투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이를 자급비료라 한다. 보통 주거 근처 혹은 촌 일부에 벌초산이나 평야림 초지가 있었고 이것을 입회지라고 불렀다. 입회지 이용은 촌민의 일정 질서 아래 행해졌다. 그러나 이 비료만으로 지력유지가 불가능하고 입회지 자체가 경지화 되면서 종래의 비료공급원에 대한 의존도가 저하되었다. 이를 대신해 말린 정어리, 말린 청어, 아부리카스, 시메카스등의 비료였다. 이렇게 돈으로 구입하는 비료를 금비라고 했다. 금비의 사용으로 농업에는 두가지 영향이 있었다. 

첫째는 경영상의 영향이다. 금비는 화폐를 통한 획득이기 때문에 농민은 농업생산에 자금을 투입해야했다. 금비를 사용하면서 농민은 수확 전 비료구입을 위해 자금을 준비해야했다. 하지만 농업은 항상 수확물이나 생산물의 가격의 편차가 컸기 때문에 차금변제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농민은 토지를 상실하거나 집과 노동력을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했다. 또 비용을 획득하기 위해 부업과 이모작이 반강제적으로 도입되었다. 바야흐로 농업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 되었다.  다른 변화는 기술적 변화이다. 이 구입비료들은 추비형태로 뿌려야한다. 아무래도 지표면에 가깝게 주게 되므로 잡초의 번성을 초래했다. 이에 농민은 제초에도 상당히 노동력을 투입해야했다. 제초와 토지의 산성화를 막기 위해 심경을 해야했다. 이 심경을 위해서는 가축이 필요했는데 소규모 경영을 하는 일본에서 이는불가능했다. 그리하여 쟁기에서 괭이로 경운기구가 변화하였고 이는 더욱 인력에 의존하는 형태였다. 농민은 예속노동력이 아니었고 소경영의 주체로 행동할 수 있었지만 장기간의 노동에 직면하였다. 말하자면 예속적 지위에서 해방된 대가였다. 에도시대 남자성인의 평균 수명은 여자나 저연령 계층의 수명이 늘어난 것과는 달리 오히려 정체 양상을 보였다. 

 

 

1. 인구증대
   집약적 농업 = 가족경영의 성립이 일반화 된 결과,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대했다. 예전에는 출생률과 사망률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는데, 출생률이 높아지고 생활수준의 향상까지 겹치면서 사망률이 감소하자 농촌인구의 증가는 연 1%를 넘어섰다. 도시의 발달은 농촌의 인구를 흡수함과 동시에 농촌에 인구 수요 임팩트를 가하여 증대하는 농촌인구에게 고용기회를 제공하였다. 

한편 소경영 일반화의 지표인 평균 세대규모가 급속히 축소되어 18세기 후반에는 4.0~4.5명으로 수렴되었다. 이는 농촌에서의 최적의 경영 규모가 성립하였음을 의미하는데, 농민이 취한 경제행동의 결과라 할 수 있겠다. 

1. 농민과 생산
   농민들은 경제와 어떻게 결합되어 있었던 것일까. 메이지 초기 통계와 지방사 연구를 통해 에도시대 농업생산을 어렵사리 조감할 수 있었다. 여기서 지적할 점은 각지에는 그 토지에 적합한 특산물 지대가 형성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농민은 완전히 자유롭게 경제적 작물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 영주의 작부제한령도 있었지만 당시 영주의 행정능력이 충분치 않았다는 사실을 고려할때 작물 선택은 촌의 자치적 질서에 따라 이루어 졌다고 말할 수 있다.

특산물 지대는 다음과 같았다. 목면은 기나이 평야부를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노비, 미카와 부근 서쪽으로는 세토나이카이 연안의 토사지대등의 생산지대가 형성되었다. 양잠에 필요한 뽕나무는 오우남부, 북관동, 고신에쓰, 미노등이었다. 막부 말기가 되면 분업도 진전하여 잠란지의 생산지대까지 성립하였다. 마는 북관동과 그 외 각지에 비교적 분산되어 있었다. 

미곡을 포함한 식량 역시 상품생산의 대상이었다. 도시 근방은 생선과 야채류가 특화되었다. 농민이 시장과 어떻게 관계를 가졌는지는 에도시대 전반기와 후반기가 사정이 상이하다. 전반기 시장확대기에는 주도권을 쥐고 행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후반기가 되면 시장 확대가 한계에 이르기 되어 상인은 소비자에 대해서 공급독점을 위한 동업조합을 조직하고 생산자인 농민에 대해서 수요독점을 꾀해 매입가격을 낮게 유지하고자 했다. 그 결과 농민 대 상인의 심각한 대립이 생겨났다.

1. 지주의 성립

농민은 경제적 기회와 무관할 수 없었는데 설령 부를 획득했다해도, 부농형 경영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그 부는 토지소유로 향했고, 지주가 성립되었다. 이는 가족노동력에 대한 의존이 최적인 체계가 존재했다는 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도시로의 고용기회가 증대하므로서 장기봉공인의 감소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수익 획득이 한계에 가까워진 상태에서 노동력에 대한 수요의 계절차가 큰 농업은 다수의 봉공인을 거느리는것은 효율상 불리했다. 노동력은 계절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성격을 가진 가족 노동력을 근간으로 하여 부분적으로 고용노동력을 보충하고 노동력 수요가 가장 높을때는 농민 상호간의 노동력 교환에 의해 해결하는 방법이 최적의 형태로 되었다. 

부농형 경영으로의 이행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경제적으로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지 않고 반대로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 같은 소규모 경영의 성격으로부터 설명할 수 밖에 없다.

1. 농민의 이동

에도 시대 농촌주민의 지역적 노동이동은 활발했다. 농민들에게 도시의 발달, 경제사회화의 진전에 의해 이동의 기회는 매우 많았다. 도시는 유행병과 기아의 영향으로 늘 농촌으로부터의 인구유입을 필요로 하였다. 에도 시대 전기에는 대량의 농촌인구가 도시로 이주하였다. 여기엔 일시적인 객지품팔이도 많았다. 

농민은 왜 도시로 이동했을까. 도시에서의 고용증대 때문이다. 농촌 사람들은 출신과 집안에 관계없이 도시에서 소비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사망률이 높던 도시는 사람을 유인하고 잡아먹는 개미지옥 같은 존재였다.

1. 농민의 생활
   에도 시대에 일반 농민이란 혼바쿠쇼라는 신분이다. 원래 이 신분은 에도 초기에 영주에 대해 부역의 부담을 지고 있는 집안을 가르켰다. 이 부역은 축성, 도시건설, 치수관개 공사등의 토목 건축 공사였다. 그러나 이런 부역의 부담은 도요토미 히데요리 이후에는 그 필요성이 희박해져 부역도 금납으로 바뀌어갔다.  이와 함께 혼바쿠쇼의 성격도 바뀌었다. 혼바큐쇼는 토지를 소유하고 연공을 부담하는 농민을 가리키게 되었다. 즉 혼바쿠쇼는 토지를 가진 백성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또한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농민을 무다카, 미즈노미라고 했는데 사회적 신분이며 동시에 경제적으로도 소작농민이라는 하나의 계급을 구성하고 있었다.

농민층은 결코 하나의 계급은 아니었지만 소수의 대지주층을 제외하고는 모두 근로농민이었다. 에도 후반이 되면 각지에서 독농이라고 하는 근로농민이 등장한다. 그들은 생산에 합리적인 체계를 고안해 냈다. 농서와 농학의 발생이 그것이다. 이를 볼때 농민은 단순히 친족이나 촌의 규정에 따라 관습적으로 생산을 반복한 존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생산과 관련을 맺고 있는 존재였다.

1. 에도 시대 후반의 인구

에도 시대 후반에는 경제가 정체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정체를 전국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다. 조사방법의 차이나 정확성이 크게 결여된 것을 고려하며 막부가 조사한 인구조사를 활용해 살펴보자. 대체로 동북일본이 감소, 서남일본, 중앙일본이 증가, 중앙에서는 호쿠리쿠는 증가하였다. 이를 볼때 인구의 정체양상이 전국에 걸쳐 획일적인 것이었다라곤 볼 수 없다.

이러한 인구추세의 차이는 다양한 환경변화가 인간생활에 투영된 것이다. 동북일본에서는 냉해에 의한 피해상황과 비교할때 여름 기온저하와 관련이 있을것이다. 1780년대 일본을 덮친 대흉작이 동북일본에서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장기적 기온저하로 농작물의 생산량 저하에서 인구감소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서남일본에서 인구가 증가한 사실은 기온의 장기적 저하로 인한 해퇴현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도쿄만, 이세만등 연안에서는 바다가 멀어진 만큼 해안을 간척하였다. 또한 원료와 기후등을 염두에 둘 때 비농업적 생산활동이 활발한 서남일본의 고용증대가 유리했다. 이처럼 인구추세는 몇 가지 이유가 복합된 결과이다.

1. 영주경제의 쇠퇴
   에도 시대 무사들은 경제적 기회를 살리지 못해 재산을 형성하지 못 했다. 영주의 재정 또한 늘 적자에 시달렸다. 모든 영주는 재정의 핍박을 받고 있었다. 이유는 에도 시대의 재정은 전시체제인 전국시대의 제도를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너무 큰 가신단의 규모로 인해서 지출이 컸다. 직업군인인 다수의 가신을 거느리고 있다는 것은 무의미한 지출을 의미했다. 또한 도시생활로 인한 지출의 증대가 컸다. 태평성대가 계속되면서 무사의 생활은 점차 화려함을 추구하고. 문화교양에 대한 지출도 증대해 갔다. 또한 수입과 지출의 균형이 악화된 점이 있다. 무사층의 수입은 화폐와 미곡이었다. 에도 중기 이후 미곡가는 일정한데 물가는 완만하게 상승하였다. 이 상대가격의 차이는 무사층의 재정부담으로 이어졌다.

이와 같이 재정난으로 무사층은 전체적으로 궁핍해져 갔다. 막다른 길에 내몰린 무사는 결국 파산처분을 받는다. 이는 상인에 의한 일종의 가산관리를 말하는데 이후 무사층은 영지에 대한 연공징수권을 상실한다. 상인은 연공을 취득하고 일정액을 무사층에 전달한다. 이렇게 되면 누가 실질적으로 영주인지 알 수 없게 된다.

1. 재정난의 해결책
   이 같은 재정난에 대해 막부와 다이묘들이 바라만 보고 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여러가지 해결책을 모색했다. 우선 검약령을 내려 지출을 줄였다. 원래 이데올로기로 채용되었던 유교 역시 검약이라는 미덕이 있었기에 명령은 쉬웠다. 그러나 이런 정신적 규정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그 다음은 지출의 감소였다. 가신들에게 주는 봉록과 부지의 삭감을 단행하였다. 이는 일정비율로 삭감되었다. 그 다음은 수입을 늘리는 방법이었다. 화폐개주 혹은 번찰을 발행하였다. 그러나 이 방법은 일시적인 조치였고 화폐악주는 오히려 물가를 상승시키는 악순환을 발생시켰다. 

그 다음의 방법은 연공 이외에서 수입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그 대상은 상인이었다. 상인은 농민과 달리 세부담자로 인정받지 못했으나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부가 집중되자 상인에게 연공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는 상인의 지위를 실질적으로 상승시킨 것인데, 농민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연공을 징수하기 어려웠던 영주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양보였다. 또한 영주층 자신이 경제활동의 주체로 유통부분에 진출한다. 영 내의 특산물을 독점하여 중앙시장에 유통시키고 이익을 챙기는 방법이었다. 사쓰마 번의 경우 흑설탕 전매제도를 통해서 부를 축적했다. 설탕 생산자는 번 이외에는 판매할 수 없었기에 번이 독점적으로 매입할 수 있었고 이 설탕은 오사카로 운반되어 높은가격에 판매 되었다. 일정 조건이 있었지만 서남웅번이 이러한 방법을 통해 번 재정의 파탄을 극복했다는 사실은 특수하다고만 할 수 없다.

1. 막정개혁
   막정, 번정개혁이 어떻게 경제적 변화를 일으키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교호 개혁은 쇼군 요시무네 지도 아래 진행된 막정개혁을 말한다. 경제적 관계가 깊었던 것은 연공제도, 토지 및 농민정책, 상인과 상업정책, 화폐 물가정책등이 있다. 연공정책에서 가장 큰 변화는 연공률을 고정화한 것이다. 일정 기간동안 연공률을 고정화하는 것은 농민으로서는 좋은 조건이 부여되었다고 볼 수 있다. 토지, 농민, 농업정책으로서는 새로운 논의 개발이 장려되었다. 상인과 상업에 관해서는 상인에게 조합의 결성을 허용하여 개막이래 유지해왔던 상업조직의 결성금지라는 방침을 변경하였다. 이는 가부나카마 조직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독점단체를 공인하는 포석이 되기도 했다. 또한 상인에 대해 통제를 시작함과 동시에 상인의 지위를 확립하는 것이기도 했다. 막부는 가부나카마 공인을 통해 물가를 억제하려는 목적을 가졌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이 조직은 상품공급에서 독점 단체로 발전하게 된다. 화폐정책은 발행통화량의 축소였다. 그러나 경제활동의 축소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이러한 개혁이 수용될 리 없었다. 결국 개혁은 철회되고 악주가 되풀이되는 시대가 시작되고 말았다. 

교호 개혁의 경제정책이 어느정도의 모순을 내재하고 있다해도 당시의 상황을 고려할때 그것은 그리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개혁의 정신은 보수적 개혁이었으며, 막부창립 이래 태평과 화려함에 빠진 무사생활을 조이고, 이에야스 시대로 돌아가 재정균형을 이루고자 한 것이 지상 목표였다. 이 성격은 일종의 축소 균형이었다. 

교호 개혁의 보수적 성격 및 축소균형재정과 비교하여 다누마 시대에 대해서는 그 성격과 확대균형재정이 지적되곤 한다. 다누마 오키쓰구는 막번사회 틀 안에서 보기 드문 경제발전론자였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 정치가였다. 그의 정책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가부나카마 조직의 공인일 것이다. 교호개혁에서 공인한 나카마조합을 더 나아가 독점 단체를 만들게 하고 그로부터 재정수입을 만들었다. 다누마가 뇌물 수뢰로 이름 높았던 것은 바로 이 공인과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조치에 따라 상업행위는 명확하게  조세부과의 대상이 되었으며 상행위를 깔보던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크게 바뀌게 되었다. 다누마시대는 도쿠가와 막번사회가 갖는 허용한도까지 그 경제정책의 폭을 확대한 시대였다. 때문에 막부 보수파로부터는 이단자로 비쳐졌고 거기에 뇌물수뢰까지 겹쳐 다누마 부자는 단죄를 받게 되었다. 

다음에 일어난 개혁은 보수개혁의 하나인 간세이 개혁이었다. 경제적 확대와 축소의 반복적인 개혁은 다음에는 확대로 분카, 분세이의 오고쇼시대를 맞이하고 축소개혁인 덴포 개혁으로 계승되어 간다. 그리고 어느시대건 막번제라는 벽에 부딪혀 좌절하여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운동을 반복하였다. 메이지 유신은 개국이라는 조건 하에서 이 반복되는 움직임이 막번제의 벽을 깨부순 변혁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막번제의 벽이란 무엇일까. 막번제는 이념적으로는 농민에게 자급경제를 요구하고, 판매를 위한 생산을 금지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달랐다. 그 때문에 위정자들은 정책내용을 현실에 맞출 것인가, 이념에 맞출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이념때문에라고 해도 화폐경제를 부정하기란 불가능했고, 또 현실을 중시한다고 해도 막번제 자체를 부정하기도 역시 불가능 했다.

1. 사회불안
   에도 시대와 같이 경제적 기회가 각 계층에 주어지고, 각 계층에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친 시대에 경제적 이유로부터 사회운동이 발생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러나 현재와 달리 정보의 전달, 교통수단, 교육의 보급등에서 사람들의 생활 범위가 무척 좁았다. 그래서 사회운동은 막번제를 뒤흔들 만큼 커다란 운동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농민반란등의 성격을 보면 상당한 변화가 엿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운동은 명확하게 주장을 내기도 전에 메이지 유신을 맞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