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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온 남자] - 8

백만번의습작

by 에이구몬 2019. 11. 1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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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자 스네푸르의 아들이자 크눔의 보호를 받는자 쿠푸

빅스비는 다시 상념에 잠겼다. 4,000년전 일을 기억하는건 생각보다 힘든일이다. 

빅스비는 손짓 하나로 사구를 만들어내던 그때의 권력을 기억속에서 찾아냈다.

실로 바쁘고도 거대했던 삶이었다.

 

차가운 돌바닥에 엎드린 야윈 남자 앞  왕좌에 앉은 남자가 무뚝뚝한 얼굴로 앉아있다.

돌바닥 때문인지 바람부는 날 갈대 떨듯 덜덜 떠는 남자의 그런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던 파라오는 이내 손짓으로 자신의 몸종을 불러 그를 일으키게 한다. 

"작업의 진척이 예상보다 늦는 것 같군. 감독관?" 

이 회랑에 들어온지 거진 한시간 만에 듣는 파라오의 말, 아니 파라오 몸종의 혀를 통해 전해진 파라오의 의향에 감독관 메러는 다시 빠르게 엎드려  떨어대기 시작했다.

"죄...죄..죄송합니다. 항구로 들어오기로 한 자재들이   전혀 들어오질 않아서...."

세상 겁이란 겁은 다 집어먹은 표정으로 메러가 말 끝을 흐리자  다시 파라오의 몸종이 입을 열었다.

"계속해봐. 무역선들이 들어오지 못 한건 알고있으니까"

"저기... 그게... 항구로 배가 전혀 들어오질 못 해서... 자재나 돌들을........ 육로로 옮기겠습니다!"

역시나 매러는 노련한 남자였다. 위기상황에서 자신을 구할 대답이 무엇인지 아는.

대답을 하는 사이 머리를 굴렸고 결과적으로는 말을 하면서 목소리에 점점 힘이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그는 파라오가 원하는 대답을 해야 하고 원하는 결과물을 바쳐야만 했다. 

다행히도 그 대답이 맘에 들었는지 파라오는 별다른 말 없이 횡으로 큰 손짓으로 그에게 대답했고 몸종의 눈치를 받으며 매러는 쫒겨나듯 회랑을 나갔다.

매러가 나가고 난뒤 기다렸다는듯 목에 금장식을한 서기관들이 줄줄히 늘어섰다.

"풍랑에 잃은 무역선은 어쩔 수 없다 치고 적재물들이 인부들에게 공급될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서기관?"

파라오의 질문에 한 사람이 나와 엎드린채 머릿속 정보들을 읊었다. 

"적재물의 대다수는 인부들에게 지급될 밀과 향신료등이었습니다. 이는 소아시아 쪽에서 추가로 공급받을 수 있으니 크게 걱정이 없습니다."

"좋군. 그러면 공사의 진척사항은? 하루가 하루같지 않아."

다른 서기관이 급히 엎드려 보고하기 시작했다.

"다음 나일강 범람 전까지는 완공할 수 있습니다. 아직 달이 기울기 전이니 다음 범람전까지 끝내보이겠습니다. "

"꽤나 마음에 드는 답변이군....."

흡족한 표정의 파라오는 팔을 크게 횡으로 휘둘렀다. 

몸종은 파라오의 의사를 서기관들에게 전달했고 서기관들은 이내 곧 사라졌다. 

손짓 하나로 국가를 좌지우지할 권력을 손에 쥐었지만 결국 남는것은 자기 무덤 뿐이란 생각과 자신이 이뤄낸 이집트의 평화가 얼마나 지속될지  그저 상념속으로 파고들어가는 파라오를 남겨두고 몸종도 인사를 올리며 회랑을 빠져나왔다.

쿠푸는 그렇게 조용히 상념을 즐겼으며 곧 모래바람이 불어와 쿠푸이자 빅스비를 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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