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語篇
한마디 말로 일의 성패(成敗)를 가름할 수도 있거니와, 한마디 말로 말하는 사람의 인격과 품행을 엿볼 수도 있거니와, 또한 말 한마디로 상대방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에 앞서 그 말이 가져올 결과를 먼저 꼭 짚어볼 일이다. 그런 저런 생각없이 나불대는 사람들을 요즘은 “자기 주장이 강하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劉會曰, 言不中理, 不如不言。
유회가 말하였다.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아니함만 못하느니라.
(字義) ○中은 맞을 중. 맞힐 중. 的中(적중), 中風(중풍). ○不如+명사구: ~만 못하다. 不如+서술문: ~하는 것만 못다.
一言不中, 千語無用。
한 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 말이 쓸데 없느니라.
君平曰, 口舌者, 禍患之門, 滅身之斧也。
군평이 말하였다. 구설(口舌)이란 것은 화(禍)와 우환(憂患)의 문이요, 몸을 멸하는 도끼이니라.
(字義) ○者는 것 자. ○斧는 도끼 부.
利人之言, 煖如綿絮, 傷人之語, 利如荊棘, 一言半句, 重値千金, 一語傷人, 痛如刀割。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솜과 같고 사람을 해치는 말은 날카롭기가 가시와 같다. 따라서 일언반구(一言半句)라도 중하기가 천금에 해당하고 한 마디 말이 사람을 해치는 것은 아프기가 칼로 베는 것과 같으니라.
(字義) ○利는 ①이로울 리. 利益(이익). ②날카로울 리. 銳利(예리). ○煖은 따뜻할 난. ○綿은 솜 면. ○絮는 솜 서. ○荊은 가시 형. ○棘은 가시 극. ○荊棘(형극)은 “가시”란 뜻으로 잘 쓰이는 한 단어이다. 안중근(安重根) 의사(義士)의 말씀 중에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이란 유명한 말도 있지 않은가? ○値는 ①값 치. ②당(當)할 치. 만날(遇) 치.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물론 현대에는 ①의 뜻으로만 쓰이고, ②의 뜻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割은 가를 할, 벨 할. 分割(분할), 役割(역할).
口是傷人斧, 言是割舌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
입은 사람을 해치는 도끼요, 말은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막고 혀를 깊이 감추면 몸을 편안히 하기가 어느 곳에서나 굳어지리로다.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刀와 牢는 운자에 해당한다. ○是는 “~이다”의 뜻으로 술어이다. ○牢는 굳을 뢰(로)
逢人且說三分話, 未可全抛一片心, 不怕虎生三個口, 只恐人情兩樣心。
사람을 만나서 잠시 약간의 대화를 주고 받되, 아직 (상대방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다 털어 놓아) 한 조각 마음까지 전부 다 내비쳐서는 안된다. 호랑이의 세 개 난 입이 두려운 것이 아니요, 다만 사람의 정이 두가지 마음이 될까 두려운 것이다.
(字義) ○且는 ①또 차. ②장차 차. ③잠시 차. 여기서는 ③의 뜻으로 쓰였다. 且는 주로 ①과 ③의 뜻으로 많이 쓰인다. ○三分은 지금말로 하면 “30%”란 뜻이다. “능력을 10분(十分=100%)발휘하다”할 때의 分을 연상하면 될 듯하다. 즉 一分은 “1/10”을 뜻하는 계량 단위이다. 여기서 三分은 단순히 “약간, 조금”을 나타내는 말에 불과하다. ○全은 술어로는 “~을 온전히 하다”는 뜻이고, 여기서는 술어 앞에서 부사로 쓰였다. “전부, 모두”의 뜻이다. ○抛는 버릴 포. 抛棄(포기). ○怕는 두려울 파. ○生은 날 생. ○三個口: 왜 하필이면 “세 개 난 입”이라고 한 것일까? 앞 귀절의 “三分說”과 댓구를 이루기 위해서이다. ○樣은 모양 양. 樣相(양상), 模樣(모양).
酒逢知己千鐘少, 話不投機一句多。
술이 지기(知己)를 만나면 천 잔도 적고, 말이 기미(機微)를 맞추지 못하면 한 마디도 많으니라.
(字義) ○知己는 자기를 알아주는 친구를 뜻하는 한 단어이다. ○鐘은 잔 종. ○機는 ①베틀 기. ②기미 기. 機微(기미), 天機(천기), 機會(기회).
言語篇終
댓글 영역